지팡이 짚고 겨우 걷는 88세, 차량 몰다 11명 사상 '고령운전' 속끓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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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짚고 겨우 걷는 88세, 차량 몰다 11명 사상 '고령운전' 속끓는 日

입력
2020.10.11 13:00
수정
2020.10.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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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80대 남성 폭주 사망 사고 논쟁 야기
고령운전 유발 사망사고 원인 중 40% 조작 실수
면허 자진 반납ㆍ사포카 지원 등 대책 마련 분주

지난해 4월 일본 도쿄의 이케부쿠로에서 80대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 가족이 8일 첫 공판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테레비도쿄 유튜브 캡처

지난해 4월 일본 도쿄도 이케부쿠로 교차로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녀가 시속 96㎞로 돌진한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상자 11명을 낸 차량 운전자는 88세(현재 89세)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 남성이었다. 경찰에 출두하면서 양팔을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걸음을 걷는 그의 모습은 '고령 운전자'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야기했다. 지난 8일 첫 공판에서 그는 운전 조작 실수라는 검찰 기소를 부인하고 '차량 결함 가능성'을 들어 무죄를 주장해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7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583만명에 이른다. 지난 10년 동안 1.8배 증가한 수치로 2024년엔 76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사망사고다. 지난해 401건으로 면허 소지자 10만명 당 사망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75세 미만인 경우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올해 상반기(1~6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사망사고는 175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건 증가했다. 이 중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운전 조작 실수에 의한 사고가 39%를 차지했다. 고령화에 따른 체력과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고령운전자 안전 대책으로 △면허 자진 반납 권유 △사포카(자동 브레이크 등 안전운전 지원 차량) 보조금 지급 △75세 운전자 대상 운전능력 시험 실시 등을 마련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선 1998년부터 65세 고령자를 대상으로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해 왔다. 2009년부터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할 때 인지기능 검사를 의무화했다.

실제 지난해 4월 사고를 계기로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운전자가 증가했다. 지난해 면허를 반납한 65세 이상 운전자는 2018년보다 17만명 증가한 6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대중교통과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지방 거주자들은 면허를 반납할 경우 당장 생활에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경찰청이 고령운전자를 위해 개설한 상담창구에는 "차가 없어 생필품을 사러 갈 수 없다" "자녀들이 반납을 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운전하고 싶다" 등의 고민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고령운전자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만큼 이들에 추가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3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운전 조작 실수를 방지하는 장치를 탑재한 사포카 보조금 신청을 받고 있다. 연말까지 100만건 이상 접수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2022년부터 일정 이상 교통법규 위반 경력이 있는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갱신 시 운전기능검사를 의무화했다. 해당 시험을 합격해야만 갱신이 가능하다. 아울러 사포카 전용 면허를 신설하되 안전장치 기술의 실용화 과정을 보면서 해당 차종을 결정하기로 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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