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 확산세 감소에 따라?
12일부터 '거리두기' 1단계로 조정
전문가들 "거리두기 완화 다소 성급"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 조정 발표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하면서 두 달 만에 프로스포츠 직관이 가능해진다. 뉴스1
8월 중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됨에 따라 12일부터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1단계로 낮아진다. 거리두기의 단계 하향 조정은 수도권의 경우 지난 8월 16일 2단계 상향 이후 57일 만이다. 이에 따라 방문판매 시설을 제외한 300인 이상의 대형 학원, 노래연습장, 클럽 등 고위험시설 10종에 대한 집합금지가 해제된다. 다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11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을 앞두고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국민에 일상 복귀의 시그널을 보내 방역 허점을 드러낼 경우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는 11일 "전국의 2단계 거리두기를 1단계로 조정하되 고위험 다중이용시설 등의 정밀한 방역관리를 강화한다"며 "다만 감염 확산 진정세가 다소 더딘 수도권은 방역수칙을 의무화하는 시설을 확대하는 등 2단계 조치를 일부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계 조정은 최근 2주(9월27일~10월10일)간 하루 평균 발생 국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59.4명으로 직전 2주(91.5명) 대비 크게 감소하고, 집단감염 건수도 같은 기간 36건에서 24건으로 줄어든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다. 8월 23일부터 적용된 전국 2단계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화하고, 국민의 피로감이 가중돼 수용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반영됐다. 박능후 중안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역의 효과성은 높이면서 지속적인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와 내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클럽, 유흥주점, 뷔페 등 영업 가능
우선 전국적으로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을 제외한 고위험시설 10종에 대해서는 집합금지가 해제되면서 영업이 가능해진다. △클럽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 집단운동(격렬한 GX류) △대형 학원(300인 이상) △뷔페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시설별 특성에 따른 핵심 방역수칙을 의무화하고, △클럽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은 시설 허가ㆍ신고면적 4㎡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을 제한하는 등 강화된 수칙을 추가 적용한다. 이와 더불어 지자체 판단에 따라 3시간 운영 후 1시간 휴식 등으로 시간제 운영 수칙을 적용할 수 있다. 고위험시설 중 유통물류센터는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핵심방역수칙 의무화조치가 그대로 유지된다.
스포츠 행사는 경기장별 수용 가능 인원의 30%까지 관중 입장이 허용되며, 추후 감염 확산 추이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교회 예배도 수도권은 예배실 좌석 수의 30% 이내로 대면 예배가 허용되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지역 상황에 따라 허용 규모를 지자체가 판단할 수 있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ㆍ모임ㆍ행사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자제'를 권고하고, 비수도권에서는 금지 자체가 '해제'된다. 1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일시적으로 모이는 전시회ㆍ박람회ㆍ축제ㆍ대규모 콘서트ㆍ학술행사에 대해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행사가 개최되는 시설 면적의 4㎡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
실내ㆍ외 국공립시설은 수용 가능 인원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하며, 그간 휴관ㆍ휴원이 권고됐던 복지관과 경로당,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 사회복지이용시설 및 어린이집도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이와 더불어 수도권에서는 16종 시설에 대해 마스크 착용과 출입자 명단 관리, 이용자 간 거리 두기, 주기적 환기ㆍ소독 등의 핵심 방역수칙을 의무화한다. △일반음식점ㆍ휴게음식점ㆍ제과점(150㎡ 이상) △워터파크 △놀이공원 △공연장 △영화관 △PC방 △학원(300인 미만) △직업훈련기관 △스터디카페 △오락실 △종교시설 △실내 결혼식장 △목욕탕ㆍ사우나 △실내체육시설 △멀티방ㆍDVD방 △장례식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음식점ㆍ휴게음식점ㆍ제과점(카페 포함) 등은 추가로 테이블 간 1m 거리 두기가 의무화된다. 이를 지키기 어려울 경우 좌석을 한 칸씩 띄워 앉거나 테이블 간 띄워 앉기 혹은 테이블 간 칸막이ㆍ가림막 설치 중 하나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다만 이는 시설의 허가ㆍ신고 면적이 150㎡ 이상일 때만 의무이고, 미만일 경우 권고사항이다.
방역당국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해 감염 확산의 우려가 있는 대중교통, 집회ㆍ시위장이나, 감염 취약계층이 많은 의료기관, 요양시설, 주야간 보호시설에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계도기간을 거쳐 어길 경우 내달 13일부터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에 각 300만원 이하,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 핵심 방역수칙이 의무화된 시설에서 이를 위반할 경우, 기존과 같이 해당 시설을 집합금지하거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12월 30일부터는 방역수칙의 심각한 위반이 있을 경우 지자체장이 3개월 이내의 시설 운영 중단을 명할 수 있다.
"일관성 없는 단계 조정, 피로감 키워"
박 차장은 "이번 조정은 거리두기 노력을 중단해도 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며, 코로나19 유행은 계속될 것이고 언제든 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하고 일상과 조화되는 방역체계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단계 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코로나19 초기에는 방역 효과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효율을 따져야 하는 시기"라며 "환자가 어디서 주로 발생하고, 어디를 집중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 정밀방역을 할 수 있게 됐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애초 정해놓은 기준조차 무시하고 단계를 마구 조정하면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리두기 1단계는 국내 환자발생 1일 50인 미만, 경로 조사 중 5% 미만, 방역망 내 관리비율 80% 이상 등 세부지표가 충족돼야 하지만 지금은 셋 중 아무 것도 충족되지 않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관성 없이 단계를 오가다 보면 국민들은 작금의 상황이 괜찮은 건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되고 메시지 전달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식의 혼란이 피로도를 높인다"고 꼬집었다.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계 완화하면 환자 늘거고 뒤늦게 또 높일 건데 11월에 독감 유행이 시작되는데 어쩌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혼란만 키우는 1,2주짜리 단기 방역 대신 중장기 방역이 필요한데 그런 지적은 새겨 듣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