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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아파트 화재, ‘술래잡기식’ 확산에 불끄는 데 '15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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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아파트 화재, ‘술래잡기식’ 확산에 불끄는 데 '15시간 40분'

입력
2020.10.09 17:59
수정
2020.10.09 21:4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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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재확산 반복에? 15시간 40분만에 진화
강풍에? ‘굴뚝 효과’ 더해져 상충부 확산 가속
화재건물 주변 이면도로 좁아, 장비 작동 곤란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화재가 난 울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불은 ‘술래 잡기식’으로 발생했다. 강한 바람에 ‘굴뚝 효과’까지 일어나면서 불은 외벽을 타고 곳곳을 옮겨 다니며 반복적으로 건물을 태웠다. 이 때문에 완전 진압까지 무려 15시간 400분이나 걸렸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전날 오후 11시 7분쯤 발생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지역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불길을 잡으면서 인명 구조작업을 펼쳤다. 자정을 넘긴 이날 오전 1시쯤에는 건물 외벽으로 번지던 불길 대부분을 진화했다. 건물 상층부에서만 화염이 남아 큰불은 잡은 듯했다.

하지만 오전 6시 15분쯤 18층 부근에서 다시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헬기를 비롯해 고가사다리차, 고성능화학차 등 특수소방장비 및 펌프차, 물탱크차가 동원돼 다시 진화 작업에 나섰다. 헬기들이 오가며 건물에 물을 뿌리는 등의 진화 작업으로 오전 9~10시쯤 건물에서는 화염이 사라졌다.

오전 10시 20분쯤, 이번에는 28층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 불은 외벽을 타고 10분 정도 만에 꼭대기 층인 33층까지 번져 나갔다. 불은 이들 층 가운데 31층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잠시 중단됐던 헬기 소방 진화 작업이 재개됐다. 31층 내부에서 밖으로 거대한 불길이 솟구쳐 나오고, 깨진 유리창과 불에 탄 외벽 조각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헬기는 공중에서 물을 쏘아댔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불이 난 곳을 정확하게 공략하지 못했다. 게다가 불은 건물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바람에 휘날린 물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건물 밖 주변으로 흩어지는 등 진화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오전에 다시 불은 건물 서쪽에서 확산, 당시 불고 있었던 동풍의 저항으로 물이 불길에 닿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아 헬기가 동원돼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아 헬기가 동원돼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가 난 주상복합 아파트는 1개 동으로 구성됐지만, 공중에서 봤을 때 ‘Y’자형으로 이뤄져 서향, 동향 세대로 구분된다. 동ㆍ서향 2개 라인에 주로 많은 세대가 배치돼 있다. 오전에 재발한 불은 대부분 서향 라인을 태웠다.

최재욱 부경대 소방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바람의 ‘굴뚝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동풍이 건물 양쪽 끝을 지나면서 건물의 서쪽 면 상층부로 치솟은 것”이라며 “이 경우 서쪽 면에 난 불은 아주 빠른 속도로 상층부로 확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화염 전이 현상 때도 불은 아래나 옆으로 옮겨붙는 것보다 위로 번지는 경향이 20배 이상 강한데, 여기에 ‘굴뚝 효과’가 더해지면서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불이 상층부로 번졌다는 것이다. 사고 건물의 서쪽 라인 벽면과 옆의 다른 라인 건물 사이에는 2~3m의 틈이 있었고, 그 사이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쪽 라인과 면하고 있는 주변 도로가 좁은 것도 소방당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차량 두 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수준의 이면 도로여서 고가사다리차 등 대형 소방장비들의 원활한 작전이 여의치 않았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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