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이면 세계의 눈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쏠린다. 수상자들은 영예의 메달과 함께 우리 돈 10억원 이상의 적지 않은 상금도 받는다.
노벨재단이 수여하는 상금의 원천은 알프레드 노벨이 유산으로 남긴 3,100만 스웨덴크로나(SEK)다. 재단은 이 돈을 운용해 매년 상금 재원을 마련하는데 시기에 따라 상금의 절대액수도, 실질가치도 크게 달라져 왔다. 어쨌든 119년간 기금 고갈 없이 상금을 지급중인 노벨재단의 재테크 역사를 살펴 본다.
상금은 기금 ‘이자’로 마련… 투자 절반은 주식에
9일 노벨재단에 따르면, 노벨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1895년 제정됐다. 당시 노벨이 내놓은 유산은 3,100만 크로나. 이를 현재 환율로 단순 환산하면 약 40억원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가치는 2,373억원(18억2,700만 크로나)에 이른다. 그럼에도 매년 한화 약 52억~65억원(현재 가치 기준)이 상금으로 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넉넉한 종잣돈은 아니다.
상금은 기본적으로 재단이 1년간 운용한 기금의 이자 수입에서 나온다. 재단 규칙에 따라 이자 수입의 67.5%를 상금으로 사용하는데,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5개 부문 수상자에게 증서, 메달과 함께 주어진다.
재단이 올해 발행한 '2019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노벨재단은 작년말 기준 49억200만 크로나(6,368억원)의 자산을 관리 중이다. 자산의 실질 가치는 첫 수상자를 배출한 1901년을 100%로 봤을 때, 현재 268% 수준으로 늘었다.
자산 투자의 비중은 시장 상황에 따라 매년 조정되지만, 재단은 전통적으로 주식에 집중 투자해왔다. 지난해에는 절반 가량인 47%를 주식 및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 이밖에 헤지펀드 31%, 채권 13%, 부동산 9%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투자처는 스웨덴과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이머징마켓 등으로 다양하다.
지난 120년간 늘 자산이 충분했던 것은 아니다. 노벨은 유언장에 자신의 유산을 ‘안전한 유가증권’에 투자하도록 지시했다. 이 때문에 초기엔 정부 보증채나 담보대출(모기지)이 기초인 채권 투자가 많았다.
그러나 1,2차 세계대전과 오랜 불황을 겪으며 자금운용이 어렵게 되자 스웨덴 정부의 승인을 얻어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금을 회복시켰다. 투자 성향이 ‘안정형’에서 ‘공격형’으로 바뀐 셈이다.
상금 가치ㆍ액수, 시기마다 달라져
세계 경제의 출렁임 속에 상금의 가치도 시기마다 달라졌다.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상금의 실질가치는 1901년을 100%로 볼 때 1919년(28%)이 가장 낮았고, 2001년(144%)에 가장 높았다. 1919년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이 초토화된 시기였다. 2001년은 세계적인 ‘닷컴 열풍’ 직후 주가가 고평가됐던 시기다. 지난해 상금의 실질가치는 103%로 첫 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금의 절대액 역시 부침을 겪었다. 2000년대 들어 2011년까지 상금은 1,000만 크로나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연달아 겪은 2012년에는 800만 크로나로 20% 삭감됐다. 당시 상금이 하향조정된 것은 1949년 이후 63년만의 일이었다. 재단은 “상금과 시상에 따른 비용이 출연금 이자와 투자 수익을 초과함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 잠식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3억원)로 9년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 분야 수상자가 여럿일 경우 상금은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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