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침착하고 적절한 판단 주효
15층에 전진지휘소 설치, 대피 유도
"70m 고가사다리차 없어 완진 지연"
9일 왼진이 임박한 울산 주상복합 화재 현장. 권경훈 기자
8일 밤과 9일 새벽 전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울산 고층 주상복합 화재는 그 규모나 발생 시각, 강풍에 의한 독특한 확산 양상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의 신속하고도 침착한 대응과 함께 매뉴얼에 따른 ‘무리’하지 않은 구조활동이 배경으로 꼽힌다.
9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발화 5분여만인 8일 밤 11시 20분부터 소방인력 96명과 소방차 27대가 현장에 도착, 화재 진화와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불길이 고층으로 번지면서 헬기를 투입해 구조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소방당국은 헬기 투입을 유보했다. △야간 상황에 △강풍이 불고 있었고, 여기에 더해 △화재현장이 도심 한복판이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들을 헬기로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고로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신 소방당국은 소방대원들을 타오르고 있던 주상복합 건물 내부로 투입, 혼비백산한 입주민들을 침착하게 대피시켰다. 고층에 있는 주민들을 33층 옥상과 28층에 마련된 대피소로 유도해 불길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소방당국은 15층에 전진 현장지휘소까지 설치해 상황에 맞는 대피작전을 지휘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피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함께 머물면서 주민들의 동요를 막았던 것이 큰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옥상과 대피소에 입주민과 함께 있던 소방대원들은 비상계단의 연기가 빠지기를 기다렸고, 다른 소방대원들은 각 호실을 돌면서 인명 수색, 구조를 벌이면서 내부로 옮아붙은 불을 끄는 등 이들의 안전한 지상 대피를 지원했다. 입주민들이 자칫 무리한 탈출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옥상 대피소가 오히려 안전하다는 소방대원들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주민들도 물에 적신 수건을 입에 대고 자세를 낮춘 채 이동하는 등 화재 대피 매뉴얼을 지켰다.
전날 시작된 화재는 발화 15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구조 소방관 1명을 포함해 93명이 부상 입었으며, 그중 90명이 대피 과정에서 생긴 찰과상, 연기흡입 등의 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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