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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늘지 않던 극빈층, 코로나로 1억명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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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늘지 않던 극빈층, 코로나로 1억명 증가"

입력
2020.10.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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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코로나 이후 전 세계 인구 10% 극빈층 전락

올해 4월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의 한 빈곤층 거주지에서 주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으려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올해 4월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의 한 빈곤층 거주지에서 주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으려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늘지 않았던 극빈층이 올해 최대 1억명 이상 증가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탓인데,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도시 노동자들까지 극빈층에 편입되고 있는 점이 특히 좋지 않은 신호다. 여기에 기후변화란 새 변수까지 더해져 ‘지구촌의 빈곤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B)은 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2020~2021년 전 세계 극빈층 증가가 1990년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장 직접적 원인은 코로나19 창궐이다. WB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극심한 빈곤에 처한 사람이 올해에만 8,800만명에서 최대 1억1,400만명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새 바이러스가 일상 생활에서 국제 무역까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B가 정의한 극빈층은 하루 생활비로 1.9달러(약 2,200원)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기구는 2년마다 글로벌 빈곤 현황을 조사하는데, 코로나19 발병 전에는 올해 말 기준 극빈층 규모를 6억1,500만명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감염병 악재가 추가돼 해당 수치가 7억300만~7억2,900만명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인구의 9.4%가 끼니조차 제대로 때울 수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면 이 비율은 올해 7.9%, 내년엔 7.5%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

극빈층 규모는 1998년 한국 등 아시아를 휩쓴 경제위기 이후 커진 적이 없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빈곤율이 상승했으나 곧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코로나19가 22년 만에 빈곤 하락 추세를 뒤집었다”고 분석했다. 10년 뒤 전 세계에 금융위기 공포가 다시 닥쳤지만, 극빈자 수만큼은 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에 힘입은 덕분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세계 극빈층 비율 전망. 그래픽=김문중 기자

코로나19 발생 후 세계 극빈층 비율 전망. 그래픽=김문중 기자


신(新)빈곤의 질도 좋지 않다. WB는 “새로운 빈곤 계층은 만성 빈곤층보다 교육을 더 많이 받은 도시 거주민으로 서비스와 제조업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의 75%가 인도와 나이지리아 등 중간소득 국가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날이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기후위기도 극빈층 증가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WB는 2030년까지 기후변화로 6,800만명에서 1억3,500만명이 빈곤 위기에 몰린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홍수 등 잦은 자연재해는 식량 가격을 뛰게 하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더욱 궁핍하게 만드는 식이다. 특히 기후 변수는 세계 극빈층의 대부분이 집중된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과 남아시아에 위협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WB는 빈곤 감소를 위한 지구촌의 단합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자본, 노동, 기술, 혁신을 새로운 사업 및 분야로 이동하게 해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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