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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자급 위기설

입력
2020.10.08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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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장관은 "소비량은 많지만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밀, 콩 등 주요 곡물의 국내자급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1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장관은 "소비량은 많지만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밀, 콩 등 주요 곡물의 국내자급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1


식량자급률은 한 나라의 식량소비량에서 국내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입 식량이 전혀 없이 자체적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 공급 능력이랄 수도 있다. 식량자급률이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는 국감자료가 나왔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5년 50.2%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엔 45.8%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2022년 목표로 설정한 55.4%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 식량자급률 하락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소득증가로 식생활이 고급화ㆍ다양화하고, 자유무역 확대에 힘입어 그런 수요에 맞춘 외국산 식량 수입이 많아져도 식량자급률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국내 식량 소비량의 50% 이상을 수입하는 요즘 우리의 식단엔 러시아산 킹크랩부터 지구 반대편 칠레산 체리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농수산물들로 가득하다. 반면 식량자급률이 97%에 이르던 1959년만 해도 바나나 한 개 구경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 그렇다고 식량자급률 하락을 가볍게 여길 것도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시장개방 폭이 크게 넓어지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한 직후였던 2011년 식량 수입이 급증하며 식량자급률이 22.6%까지 추락한 건 지나쳤다. 오랜 농축수산업 전통과 기반이 탄탄해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이 100%를 너끈히 넘기고 있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에 비할 건 아니지만, 적어도 유사시 ‘필수식량’을 충당할 잠재력을 유지하는 정도의 식량자급률 관리는 꼭 필요하다.

▦ 식량자급률에 새삼 주목하는 건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다 지구촌 기상이변까지 겹치며 ‘식량 보호주의’ 대두 조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일부 농업 강국들은 곡물 수출을 일시 제한했고, 유엔(FAO)도 식량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자유무역체제가 확고하면 애써 식량 자급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에서 보듯, 지금은 언제라도 무역 보호주의가 작동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적정 식량자급 기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크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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