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현대 영문학의 대표작가 ‘속죄’의 이언 매큐언의 신간. 냉전시대 복잡미묘했던 문화 전쟁을 배경으로, 작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반공주의 저술을 생산하게끔 한 가상의 작전 ‘스위트 투스’를 그린다. 여성 MI5 요원이 벌이는 스파이 서사의 서스펜스에 작전 대상과의 위태로운 로맨스를 결합한다. 궁극적으로 작품은 문학 창작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메타픽션의 경지로 나아간다. 폭넓은 식견과 지성, 우아한 문체, 치밀한 구성과 절묘한 재미 등 매큐언의 문학적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문학동네ㆍ528쪽ㆍ1만6,800원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뻐라짓 뽀무 외 지음. 모헌 까르끼 이기주 옮김.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그들의 내면과 삶을 직접, 그것도 시라는 수단으로 이야기한다. 네팔 노동자들의 시에는 공통적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 죽음은 실제적인 죽음이기도, 존재의 죽음이기도 하다. 이들은 무력감으로 방황하거나, 네팔의 자연과 생활을 기억함으로써 맞서기도 한다. 동시에 한국 사회를 향해 기계와 로봇의 사회라는 문명사적 비판을 던지기도 한다. 시를 통해 이들의 심정을 이해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삶창ㆍ260쪽ㆍ1만2,000원
◇드래곤 펄
이윤하 지음. 송경하 옮김. 휴고상 3년 연속 최종 노미네이트, 세계적인 SF 작가 이윤하의 신작. 13살 구미호 민은 오빠 준이 세계를 트랜스포밍할 수 있는 유물 드래곤 펄을 찾기 위해 우주군을 탈영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빠를 찾고 오래전 사라진 드래곤 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민의 모험이 시작된다. 구미호, 귀신, 용 등의 한국 전설과 마법, SF가 한데 어우러져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꾸린다. 종족이나 나이, 성별이 주는 편견을 벗어던지며 더 큰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사계절출판사ㆍ420쪽ㆍ1만8,000원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장폴 뒤부아 지음. 이세진 옮김. 프랑스 국민작가 장폴 뒤부아의 제117회 공쿠르상 수상작.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뒤, 렉셀시오르 아파트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하다 우연한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주인공은 정해진 틀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선택을 한다. 작품은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는다’는 중요한 명제를 길어 올리며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돌아보게 한다. 경쟁체제와 팬데믹 등 현실에 지친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과 따스한 위안을 선사한다. 창비ㆍ308쪽ㆍ1만5,800원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허수경 지음. 시인 허수경의 세 번째 유고집. 2009년 시인이 한국일보 지면 ‘시로 여는 아침’에 연재한 짧은 산문과 시 50편을 엮었다. 저자가 전하는 50편의 시에는 ‘아린 무의 속살을 베어문 듯한 싱싱한 삶의 순간’이 있다. 저자는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의지하고 매달릴 수 있었던 시를 독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아픔을 공유하고자 한다. 시인들을 향한 저자의 따스한 사랑과 더불어 이들의 시를 읽을 수 있음에 대한 찬가를 느낄 수 있다. 난다ㆍ168쪽ㆍ1만3,000원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유희경 지음.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의 저자 유희경 시인이 데뷔 12년 만에 선보이는 첫 산문집이다. 십 년에 걸쳐 시를 쓰는 틈틈이 ‘적요’를 느낄 때마다 기록한 135편의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 첫 장 ‘밤의 낱말들’에서는 115개의 낱말에 얽힌 이야기들을 사계절의 정서에 맞추어 풀어낸다. 시인이 삶을 살아내며 겪었던 여러 감정을 다양한 이야기의 형태로 풀었다. 두 번째 장 ‘밤의 문장들’에는 다정한 편지 같은 20편의 산문을 실었다. 시인이 어두운 밤 ‘당신’을 호명하며 건네는 조용한 인사가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아침달ㆍ320쪽ㆍ1만4,000원
어린이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메네나 코틴 글. 로시나 파리아 그림. 유 아가다 옮김. 2007년 볼로냐 라가치상 ‘뉴 호라이즌’ 수상작. 시각장애인은 색깔을 어떻게 인지할까? 색깔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책은 하얀색 글씨와 검은 바탕뿐이다. 시각장애인인 주인공 토마스는 촉각과 후각, 미각을 이용해 색깔을 표현함으로써 비장애인들을 색깔 세계의 여행으로 이끈다. 색을 표현하는 각각의 사물들은 부조 형식으로 약간 돌출되어 촉각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로써 비시각장애인 독자에게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색깔을 느끼는지, 어떻게 세상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고래이야기ㆍ26쪽ㆍ2만원
◇책가도 : 민화로 만나는 열두 띠 동물 이야기
김지윤 글ㆍ그림. ‘책가도’는 조선 후기 서민층에서 유행했던 민화 중 하나로 책과 종이, 붓, 먹, 벼루 등 문방구류를 꽃병이나 주전자 등 방 안에서 스는 다양한 장식물과 함께 그린 그림을 말한다. 이 책가도에 열두 띠 동물을 담아 병풍 형식으로 그려냈다. 저자는 한국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열두 띠 동물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담는다. 책장 뒤에 숨어 있는 동물들은 독자들에게 덕담을 전한다. 책가도와 병풍을 통해 우리 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배워볼 수 있다. 반달ㆍ28쪽ㆍ2만2,000원
◇풀이나다
한나 지음. 어느 날 머리에서 풀이 났다. 머리 위의 풀은 뽑아버리려 해도 사라지지 않고, 숨기려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다. 사라지지도 않고 결국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작품은 누구나 하나쯤 품고 있는 비밀스러운 단점이나 상처를 머리에 난 풀이라는 매개체로 그린다. 풀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풀과 내가 한 몸이 된 상황을 작가는 차분하고 정적인 동양화로 한 장씩 채워나간다. 머리 위의 풀을 모자로 가려야 할까, 그냥 인정해야 할까. 상처를 대하는 방법을 전한다. 딸기책방ㆍ38쪽ㆍ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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