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10여년 전 ‘플라스틱 없이 살기’ 실험으로 유명해진 저자 가족의 두 번째 도전 기록이다. ‘플라스틱 안 쓰는 생활’이 ‘쓰레기를 거절하는 삶’으로 발전한 셈이다.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에서 남편, 세 아이와 살며 물리치료사로 일하던 저자는 2015년부터 녹색당 주(州)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책에는 그 10년 동안 모든 생활에서 이 가족이 어떻게 쓰레기를 줄여 나가는지, 또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지가 담겼다. 가족 단위 실험을 보여주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저자는 호소한다.
제1부 ‘질문’은 저자의 각성이다.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당연하게도 “단순히 상품 재료만 바꾼다고 생태ㆍ사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모든 쓰레기가 문제다. 그러면 그 쓰레기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저자가 보기엔 의도적으로 조작된 낭비다. “쉽게 버리는 문화와 낭비의 일상화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게 아니었다. 애초 쉽게 고장 나거나 고쳐 쓸 수 없게 물건을 만들고, 그래서 잠깐 쓰고 버리는 과정으로 이익을 보는 경제 시스템의 결과였다.” 일회용 포장은 인건비도 줄여준다.
소비자는 길들여지고 마취된다. 쇼핑몰이 예다. “시선을 끄는 수많은 상품과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유혹이 내 속에서 실제적인 필요와는 상관없이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소비 패턴을 바꿔 결과적으로 환경 파괴, 기후 변화를 부르는 게 자본주의 체제 내 대형 제조ㆍ유통 업체들의 생존 방식이다.
2부 ‘실험’에서는 위기를 타개하려는 저자의 노력들이 소개된다. 이웃과의 자동차 공유, 절반만 채운 냉장고 등이다. 그러나 해결책(3부)의 관건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다. “많은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운동을 만들어내고, 그게 일정한 규모로 커져 정치적으로 명확하게 요구를 하게 되면 정치도 더는 이런 흐름을 무시하지 못하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저자의 기대다.
저자는 당장 행동할 것을 독자에게 촉구한다. 설득 포인트는 자유와 해방이다. 과잉을 거절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포기해야 소유에서 비롯되는 책임감을 덜고 물건에게 빼앗기는 시간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유는 짐이다!” 이런 발상 전환에서 슬기로운 소비 생활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옳고 착하다. 불편을 감내하려는 저자의 결연한 의지와 줄기찬 시도에 읽는 내내 뜨끔했다. 하지만 여유 없는 이들은 편안과 저렴과 세련을 마냥 거부할 수 없다. 부자나라의 도덕적 사치 아니냐며 샛눈을 뜰 수도 있다. 그러나 ‘보복 소비’가 횡행하고 포장 쓰레기가 급증하는 ‘코로나19 시대’다. 하릴없이 더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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