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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보건용 마스크인데… 밸브형만 왜 안되나요?

입력
2020.10.09 09:00
수정
2020.10.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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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밸브형 '거리두기'… "감염원 전파 가능성"
밸브형 마스크, 숨 내쉴 때 밸브로 호흡 그대로 배출

5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다음달 13일부터 마스크를 대중교통과 병원, 요양원, 집회시위장 등에서 쓰지 않으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뉴시스

5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다음달 13일부터 마스크를 대중교통과 병원, 요양원, 집회시위장 등에서 쓰지 않으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뉴시스

"숨쉬기 편하다고 해서 구입해 놓은 게 꽤 많은데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네요."(zl****)

다음달 13일 마스크 의무화를 앞두고 정부에서 4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부과 세부방안'을 공개하면서 여론이 술렁였습니다. 망사형 마스크와 스카프와 같은 옷가지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마스크 착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숨쉬기 편한 것으로 알려진 밸브형 마스크도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밸브가 달린 보건용 마스크도 과태료 대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보건용 마스크여서 안심하고 쓸 수 있는데다 숨쉬기까지 편해 한 푼이라도 더 비싸도 밸브형 마스크를 산 소비자도 많았을 텐데요. 밸브형 마스크를 쓰면 과태료를 내야한다고 하니 밸브형 마스크를 잔뜩 사둔 소비자들은 적잖이 당황했겠죠.


세계적 '천덕꾸러기' 된 밸브형 마스크

에티카의 밸브형 KF94 마스크. 에티카 홈페이지

에티카의 밸브형 KF94 마스크. 에티카 홈페이지

질병관리청은 KF인증 여부와 관계없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권고 등을 고려해 밸브형 마스크를 마스크 착용 예외 대상으로 정했다는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아무리 보건용 마스크 인증을 받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만큼은 밸브가 달린 마스크는 착용하면 안 된다는 건데요. 밸브형 마스크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건 비단 우리나라에서 뿐만이 아니었어요.

외신 보도에서도 밸브형 마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러 번 나오기도 했는데요.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7월 23일(현지시간) "단방향 밸브는 이용자가 숨을 내쉴 때 공기가 마스크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 보다 편안하게 설계됐지만, 동시에 그러한 기능은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어요. 또 해당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밸브나 통풍구가 있는 마스크는 바이러스 입자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해요.

일부 국가와 도시에서는 밸브형 마스크 사용을 일찌감치 금지하기도 했어요. 미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에서는 마스크 관련 의무사항을 제시하면서 밸브형 마스크가 카운티의 마스크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는데요. 또 쿠웨이트 일간 알 카바스에 따르면 쿠웨이트 보건 당국은 의료시설용 밸브형 마스크를 두고 "의료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수입을 금지했다고 해요.

KF 인증 받았는데… 일반 보건용 마스크와 뭐가 다른가

밸브형 마스크의 작동 원리.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밸브형 마스크의 작동 원리.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약처는 8월 28일 "마스크를 구매할 때 의약외품 또는 KF 표시를 확인하라"고 권고하면서 "보건용 마스크 중 배기 밸브가 있어 숨을 쉬는 데 불편함을 덜어주는 밸브형 마스크가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는 밸브형 마스크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어요. 감염원이 배출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과 작동 원리 방식을 감안해 이 같은 권고사항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마스크 업계에 따르면 밸브가 없는 일반 보건용 마스크와 밸브형 마스크의 보건용 마스크 인증 방식이 다르진 않아요. 두 마스크 모두 공기를 들이마실 때 마스크 내부가 받는 저항을 측정하는 안면부 흡기저항 시험이나 마스크가 작은 입자를 걸러주는 비율을 측정하는 분진포집효율 시험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해요. 한마디로 미세먼지 등의 바깥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물질은 두 마스크 모두 똑같이 차단해준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숨을 내쉴 때 차이점이 있어요. 밸브는 얇은 실리콘 재질의 막으로 돼 있는데요. 숨을 들이쉴 땐 실리콘 막이 닫혀있어 공기의 외부 유입을 막아주지만, 내쉴 땐 막이 열려 호흡의 일부가 밖으로 그대로 노출되는 방식이에요.

보다 편하게 숨을 내쉴 순 있지만, 별도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호흡이 밖으로 나가다보니 자칫하면 감염원이 바깥으로 퍼질 위험이 있다는 거에요. 들숨과 날숨이 같은 필터를 거치는 일반 보건용 마스크와는 다소 차이가 있죠.

미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컴퓨터공학 연구진이 밸브형 마스크로 진행한 시험. 마네킹의 입에서 많은 양의 물방울이 외부로 분출되고 있다.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미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컴퓨터공학 연구진이 밸브형 마스크로 진행한 시험. 마네킹의 입에서 많은 양의 물방울이 외부로 분출되고 있다.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실제로 미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컴퓨터공학 연구진이 밸브형 마스크를 시험해 본 결과 마네킹의 입에서 분출된 많은 물방울이 여과되지 않은 채 밸브를 통과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됐어요. 이 같은 내용은 미국물리학회(AIP)가 발행하는 학술지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지난달 1일 게재됐어요.

밸브형 마스크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다소 손해를 본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죽했으면 일부에서는 "이럴거면 밸브형 마스크를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데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동안 보건용 마스크가 주로 미세먼지용으로 개발돼 왔기 때문에 밸브형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사둔 제품이 다소 아깝더라도 지금은 잠시 넣어뒀다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착용하는 것이 좋겠죠.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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