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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정비산업 지금 '코로나 특수'인데… 구경만 하는 한국

입력
2020.10.08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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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까지 137조 시장, 여객기 교체 안 해 수요↑?
홍콩 정정불안으로 정비수요 빼앗을 기회?
공급자 중심으로 인천ㆍ사천공항 분리해둬 걸림돌?
“수요자 중심에서 항공정비 산업 재정립해야”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정비사들이 A380 항공기를 올해 6월 정비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정비사들이 A380 항공기를 올해 6월 정비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항공기 정비업체인 샤프 테크닉스K는 최근 70여명의 정비 인력을 채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반에 걸쳐 인력축소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샤프 측이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은 정비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미국 화물 항공사 아틀라스만 하더라도 샤프측에 지난 7월 11대의 화물기 정비를 의뢰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3대를 추가로 맡겼다. 지난 한 해 28대의 비행기를 정비한 샤프는 현재까지 이미 올해 정비물량 목표치인 50대를 넘겨 흑자전환도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기 정비(MRO) 산업이 특수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운휴중인 여객기 조차 정비가 진행 중인 데다, 방역용품이나 해외직구 등으로 항공화물 운송이 늘어나면서 수혜를 입고 있다. 특히 국제 화물운송 1위 공항을 보유한 홍콩이 정정불안으로 기존 화물정비 물량마저 주변국에 내주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이 아시아지역의 MRO 주도권 확보도 가능한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ㆍ조립(Overhaul) 등이 이뤄지는 MRO산업은 연간 세계적인 수요(국토교통부 제3차 항공정책기본계획 기준)가 755억 달러(약 87조6,781억 원ㆍ2017년 기준)에 이른다. 매년 연평균 4.6% 성장세를 보이면서 2027년엔 1,180억 달러(약 137조33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31%(226억 달러)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MRO 시장규모인데, 27년이면 36%(425억 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징후도 감지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항공산업 복구가 빨라야 2024년 이후(국제공항연합회 전망)로 예상되면서 항공사들이 항공기 신규 도입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여객수요 급감으로 최근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기도 하고 노후한 여객기는 교체 대신 대대적인 정비를 해 사용하고 있어 MRO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MRO 물량 증가엔 아시아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의 역할도 적지 않다. 화물기는 보통 화물을 배송하기 위해 도착한 공항 인근에서 정비를 받는 특성이 있어, 자연스럽게 화물 물동량이 많은 인천공항 주변 MRO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유리하다.

실제 인천공항의 국제선 화물 처리 규모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올해 9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0.4% 늘어난 202만9,987톤으로 전 세계 3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제선 항공화물 실적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홍콩 첵랍콕 공항은 물량 감소를 겪고 있다. 국제공항협회가 올 5월까지 첵랍콕 공항의 국제선 화물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9.9% 줄어든 168만1,000톤에 그쳤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홍콩에 있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창고를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새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며 “물류가 이동하는 공항 주변으로 항공정비 업체를 바꾸는 관행을 감안하면 한국 MRO업체에겐 이번이 기회”라고 말했다.

문제는 확대되는 MRO시장을 국내에선 흡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MRO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항공정비 클러스터조차 없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샤프에비에이션 등 3개 MRO 업체가 운영하는 일종의 기초 정비시설(격납고)만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진정비 등 고수익을 올리는 중정비를 할 기술ㆍ시설 등을 갖추고 있지 못해, 가장 오래된 대한항공조차 MRO 물량 30%가량을 매년 해외에 맡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MRO 업계는 한국을 오가는 미국 대표 택배업체 UPS나 DHL, 아마존 등의 글로벌 업체 MRO 확보는 고사하고 국내 항공사 물량조차 놓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MRO 시장 규모(2018년 기준)는 2조5,515억원으로, 이 중 해외의존도는 54%인 1조3,768억원에 달한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정비를 위해 빈 여객기를 해외로 몰고 나가면 적어도 3일 이상 운항을 못 하게 돼 손실이 크다”고 전했다.

인천과 사천공항으로 업계가 분산돼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사천공항은 정부의 지방공항 활성화와 국토균형 발전 기조에 따라 2017년 MRO 육성 공항으로 지정됐고,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등이 설립한 한국항공서비스주식회사(KAEMS)라는 MRO업체가 들어서 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항공산업은 서비스업인 만큼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인천공항으로 수요가 몰리며 인천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못 누린다면 국내 다른 공항이 아닌 중국, 대만 등 타국으로 떠난다”며 “이번 기회에 수요자 중심으로 MRO산업 방향을 재정립한 후 전문단지, 기술 경쟁력 향상 등 대대적인 육성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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