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재판 당시 대법원 뜻 따른 의혹받아
양승태 재판서 "재판부 합의는 비공개" 주장
“(대법원의 재판 개입 의혹 정황이 담긴) 이메일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메일은 재판의 준비 사항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진술하는 것은 합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적절치 않습니다.”
양승태(72ㆍ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연루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7일 김시철(53ㆍ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위법수집증거’나 ‘합의 비공개 원칙’을 내세우며 재판이 진행된 3시간 30분 내내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과 2016년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다. 당시 그는 대법원 의중에 따라 무죄 취지로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검찰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현직 판사로 지목한 76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김 부장판사는 그 동안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한 검찰에 날을 세워 왔다. 특히 2018년 검찰이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관리하는 이메일 자료를 압수수색하자 “이미 집행돼 효력이 없는 영장으로 위법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14일엔 “재판부 내부 배경에 관해 신문하는 것은 법원조직법상 합의 비공개 원칙에 위배되고, 검찰이 위법수집증거를 유죄 증거로 제출하면서 그 내용에 관해 증인신문을 시도하고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김 부장판사는 결국 증인석에 서게 됐지만, 검찰의 질문에 사실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맞섰다. 검찰은 “재판 진행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고, 주심 판사 의견을 묵살한 채 재판연구원에게 판결문 초고를 작성하게 한 것 아니냐”며 질문을 쏟아냈지만 김 부장판사의 무응답에 맥이 빠져 버렸다.
검찰은 재판 막바지에 “형사소송법상 판사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관해 증언 거부를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며 “김 부장판사의 증언거부권을 인정한 재판부의 소송 지휘가 부적절하다”는 이의제기를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법원조직법 제65조에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특별 규정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증인신문 이후 “법원조직법을 근거로 증언거부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지만 재차 기각되며 그대로 재판이 끝났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