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신 맞고 불구 된 딸"... 엄마는 시청에 먹물 뿌리고 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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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신 맞고 불구 된 딸"... 엄마는 시청에 먹물 뿌리고 또 체포됐다

입력
2020.10.11 10:24
수정
2020.10.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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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성, 불량 백신 접종 탓 두살 딸 불구돼
정부ㆍ 업체 책임 회피... 항의하다 옥살이
당국 "미국은 코로나 치료 보장하라" 딴소리

불량 백신 접종으로 2년 전 딸이 불구가 된 중국 여성 허팡메이가 지난 2일 허난성 후이셴시 인민정부와 공산당 시 위원회 현판에 먹물을 뿌리며 항의하고 있다. 옆에 유모차가 놓여 있다. 트위터 캡처

유모차를 끌고 가던 여성이 시청 청사 정문 앞으로 다가선다. 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꺼내더니 시 현판에 다짜고짜 뿌려댄다. 검은색 잉크다. 여성은 절규하듯 묻는다. “딸의 치료를 방해하는 정부의 존재 가치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현장을 지켜보던 경찰관 4명은 “정부 건물을 모욕하고 난동을 부렸다”며 그를 곧장 체포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2일 허난성 후이셴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허팡메이(何方美ㆍ34)는 2018년 3월 두 살 배기 딸에게 백일해 백신을 접종한 것이 평생 씻을 수 없는 후회로 남았다. 딸은 하루 만에 급성 척수염 증상을 보이면서 걸을 수도, 몸을 뒤척일 수도, 손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가 됐다. 조사 결과 백신은 우한생물제품연구소가 만든 결함투성이였다.

이후 중국 정부를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백신 제조업체는 보상을 외면했고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렇게 수천만원의 병원비를 떠안으며 1년간 매달리다 지난해 2월 불량 백신 피해를 입은 다른 부모 20여명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바로 체포돼 고향인 허난성으로 송환됐다.

허씨는 15일간의 행정구류를 거쳐 구속됐다가 10개월 만인 올해 1월에야 풀려났다. 이번에 다시 경찰에 붙잡힌 그는 열흘간 행정구류 처분을 받았다. 다만 임신 5개월인데다 어린 두 자녀를 돌볼 다른 보호자가 없어 실제 처벌은 면했다.

중국 허난성 후이셴시 공안국이 2일 허팡메이에게 보낸 행정처벌 고지서. 시 정부 현판에 먹물을 뿌리는 위법행위에 대해 10일간의 행정구류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위터 캡처

허씨는 풀려난 직후인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는 가짜 백신으로 불구가 된 딸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압력을 가해 나를 감옥에 가둬놓더니 출소한 후에도 공안을 붙여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며 “베이징에 가서 딸을 치료받게 하고 싶어도 막고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는 스스로 존재이유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비아냥대며 이중잣대를 들이댔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4일 트위터에 “미국에서 어제 하루 4만7,000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600여명이 숨졌다”면서 “모든 미국인 환자들이 대통령과 똑같이 최상의 치료를 받게 되길 바란다”고 올렸다. 딸의 상급 병원 치료를 갈망하는 자국 국민 허씨의 요구는 무시한 채 미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라고 재촉한 셈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정부는 늘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현판의 얼룩은 말끔히 지워졌지만 허씨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라며 성원을 보냈다. 일부 매체는 “2년 전 불량 백신 파동을 일으킨 제약회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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