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공정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과 함께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노동시장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노동 유연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은 뜬금 없는 제안이라는 취지에서다. 김 위원장의 제안에 이 대표가 바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 처리 전망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손경식 회장 등 재계 대표들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노동법 개정 제안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수많은 노동자들께서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것은 노동자들께 너무도 가혹한 메시지”라고 반대 이유를 부연했다.
노동법 개정을 주장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만에 이 대표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데는 '공정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마무리가 최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공정경제 3법 개정의 고삐를 이미 쥔 상황에서 노동관계법 개정까지 끌고와 야당과 기싸움을 벌일 경우,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받아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하나(공정경제 3법)는 받고 하나(노동관계법)는 받지 않겠다고 하면 야당 원내대표단은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라면서 노동관계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공정경제 3법과 노동관계법이 모두 테이블에 오른다고 해도 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포석도 이 대표의 발언에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공정경제 3법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고, 노동관계법은 야당에서 입장을 정리해 오면 논의할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노동계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김 위원장이 꺼내 든 노동 유연성 재고를 ‘쉬운 해고’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ㆍ여당은 지난 7월 한국경영자총협회ㆍ대한상공회의소ㆍ한국노총ㆍ고용노동부 등 노사정 대표들을 모아 “노사가 고용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협약'까지 맺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양대노총을 자극해 갈등을 유발할 경우, 향후 정국 운영에 어려움은 불보듯 뻔한 일이 될 수 있다.
거대 여당 대표의 반대 의사가 분명해 노동관계법 개정안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이를 배제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공정경제 3법 처리에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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