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먼 길 갈 일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바퀴는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온 발명품이다. 없던 기술이나 물건이 고민 끝에 만들어진 까닭은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리라.
글자는 바퀴 이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꾼 발명품이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도 모르는 글로 적혀 있다면 ‘정보의 사막’이다. 말의 역사가 50만년이라지만, 글자는 길어야 6,000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글자는 대서사시 같은 과정을 거쳐 생성되었으면서도 오랫동안 상위 1%의 독점물이었다. 글자란 그런 것이었는데, 지금 한국사람 대부분은 맞춤형 도구인 ‘한글’을 마음껏 쓰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 사람들은 문자 생활에서 사치를 부린다”고 한 외국 언어학자도 있다. 글자는 말과 1 대 1 관계가 아니다. 지구상에 6,000종의 말이 있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고대문자를 합쳐도 글은 말의 7%도 안 된다. 그중 한 언어를 정확히 기록하면서도 그들만 쓰는 독창적 문자는 얼마나 될까? 부족할 것 하나 없을 왕이 직접 나서서 제작한 문자가 과연 있을까?
한글날이 다가오면 과찬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면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한국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사실 그 말은 틀렸다. 말이란 미묘한 감정과 문화를 담고 있어 어떤 언어든 예외투성이다. 한글과 한국말을 구분하지 않고서 과찬을 쏟기보다는 우리의 ‘한글’을 잘 알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지금 쓰고 있는 한글 자모는 몇 개일까? 막연히 28개라 답했다면, 오늘은 사전에서 한번 세어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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