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흘 만에 퇴원을 감행, 건재를 과시했지만 깊은 숨을 몰아 쉬는 등 몸 상태는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블루룸 발코니로 걸어 올라간 뒤 보란 듯이 마스크를 벗었다. 이어 자신이 타고 온 헬기가 이륙하자 거수 경례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낸 전사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와 달리, 취재진이 촬영한 영상에는 입을 벌린 채 여러 차례 깊게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지난 2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흘 만에 조기 퇴원을 하면서 난간을 잡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용헬기에서 내려 걸을 때는 연신 주먹을 쥐어 보이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시간 치료가 부담인 데다 코로나19를 극복해낸 자신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백악관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몸 상태가 좋아졌고 호흡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과다 투여한 약물로 인한 일시적인 착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이후 산소 보충 치료와 더불어 3가지의 약물 치료를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약물 과잉 투여로 인해 오히려 치료를 망치는 'VIP증후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아직 완치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고, 측근들의 확진도 잇따르면서 백악관은 코로나19 감염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것으로 알려진 호프 힉스 백악관 고문을 비롯해 닉 루나 보좌관,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몸에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에서도 격리된 공간에 머무를 예정이지만, 코로나19를 얕잡아 온 그가 방역 수칙을 얼마나 제대로 지킬지 의문이다.
마스크 착용을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언론의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던 지난 5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마스크 생산 공장을 방문하거나, 각종 토론회에 '노 마스크'로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백악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 지침을 내린 뒤 정작 자신은 지키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해 치료를 받은 월터 리드 군 병원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최초로 마스크를 착용한 곳이다. 당시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하루 사망자 수가 최고치에 다다를 때였다. 이후 마스크를 착용할 때마다 대통령 휘장이 그려진 검은색 마스크만 고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퇴원하면서 군병원에서 제공한 듯한 흰색 일회용 마스크를 써야 했다. 하지만 그 마스크 마저 백악관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 앞에서 벗어버렸다. 백악관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말까지의 건강 상태가 코로나19 회복의 열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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