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901명 중 면허취소 없어
"과도한 특혜이자 국민 안전 위협"
2007년 경남 통영시에선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받던 여성 환자들을 잇달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이 의사는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마취제 13종을 섞어 내연 관계인 환자에게 주사하고 성관계를 맺었다가 환자가 숨지자 시신을 한강변 차량에 유기했던 산부인과 의사도 의사면허 취소 대상에선 제외됐다.
이처럼 성범죄나 살인, 사체유기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2010~2018년 사이 901명에 달했지만, 그 중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면허가 곧 방탄면허가 되고 있는 셈인데, 다른 전문직에 비해 과도한 특권인 것은 물론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는 0건이었으며, 자격정지도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9년간(2010~2018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 자료에 따르면 강간ㆍ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의사가 848명, 살인을 저지른 경우는 37명이었다. 특히 2010년 67명이었던 강간ㆍ강제추행범죄 의사는 2018년에는 136명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의사들의 강력범죄 이력이 면허취소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겨우 성범죄를 저지른 4명에게 자격정지를 내렸을 뿐인데 처분도 1개월에 그쳤다. 강력범죄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에게 면죄부가 내려진 것은 2000년부터다. 의사면허 취소 기준이 의료법 위반에 한정하도록 법이 바뀌었던 탓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의 경우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최대 자격 취소가 되는 것과 대비된다.
면허증 대여(불법 사무장 병원 지원), 리베이트 등 의료법을 위반해 의사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도 다시 취득하는데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권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면허 재교부 신청 103건 중 100건(97%)이 재교부됐다.
이 때문에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의료인은 면허를 취소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일정 기간 의료인이 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관련법이 그간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의됐으나, 의사단체의 반발로 번번히 좌절됐다.
권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병원으로 돌아와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환자와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환자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특정강력범죄 의료인의 면허취소는 물론 범죄ㆍ행정처분 이력을 공개하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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