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채무비율 60%가 목표 됐나… 실효성 의심받는 '한국형 재정준칙'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 채무비율 60%가 목표 됐나… 실효성 의심받는 '한국형 재정준칙'

입력
2020.10.06 04:30
수정
2020.10.06 08:55
0 0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 이내로 관리"
기준 느슨한데다, 예외조항 있어 실효성 의문
기준도 5년마다 변경 가능... 적용은 다음정권부터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추진, 브리핑하는 홍남기 부총리.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매년 GDP 대비 -3%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5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확장재정 기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며 국가 재정상태가 최근 급격히 악화되자,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스스로의 규칙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관리 기준이 너무 느슨한데다, 준칙 적용에 각종 예외조항까지 두고 있어 지키나마나 한 '맹탕 준칙'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준칙 기준을 정부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시행령으로 두고, 준칙 적용 시점도 다음 정권 때인 5년 후로 미뤄 '보여주기식 면피용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형 재정준칙은?

한국형 재정준칙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비율이 각각 60%와 -3%를 넘게 되면 재정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인식하게 설계됐다. 단 국가채무비율이 기준점인 60%를 넘더라도 통합재정수지비율이 그 초과분을 상쇄할 정도로 기준점인 -3% 아래로 떨어졌다면 재정 한도가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통합재정수지는 한해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고정지출ㆍ수입에 속하는 각종 연기금 부문 등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를 재정건전성 지표로 주로 활용해 왔지만, 통합재정수지가 국제적으로 더 많이 통용된다고 보고 재정준칙에는 통합재정수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재정 한도를 초과하면 정부는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비율이 기준점 아래로 떨어지도록 재정건전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재정건전화 대책에는 지출 효율화, 수입 증대 등 국가채무, 재정수지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방안이 담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해 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재정준칙을 마련했다"며 "향후 의겸수렴 등을 거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중기재정전망


"구속력 없는 맹탕 준칙" 실효성 논란

하지만 이런 재정준칙 내용에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 한도를 지키지 않아도 되거나, 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다수 있는데다 적용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전쟁과 대규모 재해, 금융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적극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도 적용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용과 생산지표 등을 토대로 경기가 둔화됐다고 판단될 경우, 통합재정수지비율을 -3%에서 -4%로 1%포인트 완화하기로 했다. 기준 완화는 최대 3년 연속 가능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어떤 상황을 위기로 판단할지, 경기 둔화의 명확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구체적 기준은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정 한도 수치를 정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으로 두고, 준칙 적용시기는 다음 정부 집권 시기인 2025년으로 설정한 것도 당장 재정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또 "상황에 따라 5년마다 재정 한도를 재설정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재정준칙 기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특히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비율을 같이 보겠다는 것은 준칙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려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 60%' 적절성도 논란

정부가 재정 한도의 기준으로 제시한 국가채무비율 60% 자체가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재정준칙이 도입되기 직전인 2024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58.6%에 달해, 재정 한도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정부가 당분간 별다른 재정건전성 개선 노력은 하지 않고, 5년 후의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60%선을 그대로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정당국이 지난해 국가재정관리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2023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40%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재정관리 기준이 불과 1년 만에 얼마나 후퇴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채비율 60%선도 현재로선 지키기 어려운 목표라고 주장했다. 안일환 차관은 "2024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50%대 후반이므로, 60%를 지키려면 엄청나게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준칙 적용을 5년 후로 유예한 것도 그 기간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채무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