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제2도시 포격
"상대가 먼저 도발"... 양국 강경 대치 고수
터키 개입설도... "즉각 휴전" 여론 높아져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남캅카스 분쟁의 ‘전장’이 확대될 조짐이다. 아르메니아가 4일(현지시간) 격전지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아닌 아제르바이잔 제2의 도시를 포격하면서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220명 넘게 숨졌지만, 외세 개입 움직임까지 포착돼 전쟁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르메니아 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 북쪽의 서부 도시 간자를 포격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공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 등으로 1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고대 역사 건물도 일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리 하사노프 아제르바이잔 국방장관은 “분명한 도발”이라며 상대를 맹비난했다.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하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州) 당국은 정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아제르바이잔 군이 주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먼저 포격해 맞대응 차원에서 간자의 군 시설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있지만 인구 대부분이 아르메니아인들이고, 아르메니아 정부가 군사ㆍ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다. 당분간 화해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TV연설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우리 땅”이라며 “아르메니아는 사과하고 철수 일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BBC방송은 “1994년 휴전 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와중에 화해를 중재하기는커녕 분쟁에 끼어들려는 나라도 있다. 터키다. 전날 러시아 정부는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동 전투원’들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보와 관련,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중동 전투원은 시리아와 리비아 등에서 아제르바이잔으로 파견된 친(親)터키계 병사들이다. 터키가 뿌리가 같은 아제르바이잔을 돕기 위해 군사 지원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제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도 “최소 28명의 친터키계 시리아 반군이 양국간 전투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터키를 제외한 국제사회는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카스피해 송유관이 피해를 입어 세계경제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양측에 휴전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일단 아르메니아는 “프랑스와 러시아, 미국의 중재자들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제르바이잔보다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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