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치료제 덱사메타손ㆍ렘데시비르 사용
산소포화도 낮아져 산소 공급 치료도 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퇴원 의지를 강조하려는 듯 ‘깜짝 외출’까지 감행했지만 그의 현재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중증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치료법을 받고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령(74세)과 비만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점은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잘 지내고 있다”며 이르면 5일 퇴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포화도가 2일에 이어 3일에도 한 때 정상 범주 아래로 떨어져 덱사메타손 복용 사실을 공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콘리 주치의는 2일 오전 경증을 유지하던 대통령이 고열을 겪었고 산소 포화도가 94% 밑으로 떨어졌었다면서 “1분여가량 산소 2ℓ를 주입한 후 정상 범위인 95% 이상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산소 공급을 받은 것도 중증 가능성을 유추하는 근거지만, 미 언론은 덱사메타손에 보다 주목했다.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된 치료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6월 덱사메타손을 복용한 환자 중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는 35%, 트럼프 대통령처럼 산소보충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 사망률이 낮아진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심각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에게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며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굳이 덱사메타손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뒤 줄곧 투여받고 있는 렘데시비르도 마찬가지다. 이 약물 역시 중증 환자에게는 좀처럼 처방하지 않는 치료제다.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미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5월 미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하면서 중증 환자 치료에 이용돼 왔다. 사망률 저감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회복 기간을 앞당겨주는 데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경증 또는 중간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할만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산소 보충을 해야 하는 입원 환자에게 우선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너선 라이너 미 조지워싱턴대 심장전문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덱사메타손과 렘데시비르를 같이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상태를 낙관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비드 바티넬리 미 뉴욕 노스웰헬스 최고의료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이 5일 퇴원할 수도 있지만 완전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헬렌 바우처 미 터프츠대 감염병과장도 “감염 2주차에 접어들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정치적 분석을 대입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 유세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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