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우울증
우울증(Depressive disorder)을 정신적 유약의 동의어쯤으로 여기는 이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점검해 봐야 한다. 만일 그런 정서가 사회문화적 맥락과 닿아 있다면, 그 사회의 왜곡된 토대를 함께 허물어야 한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에 비유하지만, 그건 병증이 대수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흔해서다. 우울증은 자살, 특히 청소년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고 세계보건기구(WHO) 추산 2억 6,400만명(3.4%)의 지구인이 앓고 있다. 2010년 10월 7일, WHO는 '2020년이면 우울증이 정신ㆍ지체 장애의 양대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의 오명을 꾸준히 지켜 온 한국이 대표적인 국가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2001년 4%에서 2011년 6.7%로 늘었다.
미국정신건강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통계 편람(DSM--iv)'이 밝힌 우울증 진단 주요 기준은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과 일상에 대한 관심과 흥미 감소, 식욕ㆍ수면 장애, 피곤과 무기력, 자존감ㆍ집중력 저하, 자살 충동 등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신경 전달 물질 이상과 생체리듬 변화, 유전적 요인, 개인적ㆍ사회적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약물과 심리치료가 가능하고, 전기ㆍ자기요법도 유용하다. 병증을 키우는 2차 원인은 명확하다. 사회문화적 영향 탓이든 성격 탓이든, 비용 부담 때문이든, 증상을 외면해 진단받기를 기피하는 것이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진단받을 의욕은 더 줄어든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후원하는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세계 질병 장애 부상 위험도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최근 자료(GBD 2010 Study)에서 약물 중독과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HIV/AIDS와 결핵, 당뇨, 사고 장애보다 경계해야 할 비치명적 질병 중 최악의 위험인자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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