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대출금리가 매달 공개된다.
최근 주식 열풍 속에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투'가 급증하고 있지만, 은행보다 높은 대출금리 산정방식은 베일에 여전히 가려 있다. 금리 공개로 현재 연 9%에 달하는 고금리는 낮아질 전망이지만, 한편으론 빚투를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대출금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증권사는 기존의 '조달금리' 대신 시장금리나 지표금리 같은 '기준금리'를 써야 하고, 이를 매달 재산정해야 한다. 또 가산금리도 항목별로 매월 산정하고,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구분해 표시한 대출 설명서를 차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증권사의 고금리 신용대출에 제동을 거는 조치다. 현재 증권사들은 금투협회 모범규준에 따라 회사별로 이자율을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 없이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구분한 뒤 각 회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하라고만 돼 있어 깜깜이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간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에 기간에 따라 연 5.75~8.75%(8월 말 기준) 수준의 높은 금리를 매겨 왔다. 이는 대개 2%대인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의 3~4배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가 조달금리 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대부분 대출금리를 연 1~2회 부정기적으로 재산정해 시장금리 변화가 제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금리 산정방식이 공개되면 신용융자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이득이지만, 증권사에겐 손해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사의 세전이익 중 신용공여 이자 수익 비중은 최대 44.1%에 달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신용공여 이자율이 0.5%포인트 내려갈 경우 상위 5대 증권사의 연간 순이익 감소분이 총 707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와 은행의 재원 마련 방식이 다른데 은행 신용대출 금리와 직접 비교하는 건 어렵다는 불만과 함께, 이자를 낮추라는 당국의 방침이 가뜩이나 커지는 ‘빚투’를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은행과 자금조달 방식이 다른데 이런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대출 금리를 낮추면 필연적으로 빚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비난은 대출을 내준 증권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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