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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ㆍ성묘 대신 '추캉스'... 코로나 명절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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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ㆍ성묘 대신 '추캉스'... 코로나 명절의 아이러니

입력
2020.10.04 20:00
수정
2020.10.04 22:41
0 0

'고향방문 자제' 분위기 속 귀성ㆍ성묘객 줄고
제주ㆍ해운대 등 유명 관광지는 '북적'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코로나19 여파로 성묘객의 발길이 뜸한 광주 북구 영락공원이 한산한 데(왼쪽) 반해, 이날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국내선입국장에는 제주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추캉스'(추석+바캉스)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다. 제주관광협회는 지난달 26일부터 4일까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3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ㆍ제주=뉴시스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코로나19 여파로 성묘객의 발길이 뜸한 광주 북구 영락공원이 한산한 데(왼쪽) 반해, 이날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국내선입국장에는 제주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추캉스'(추석+바캉스)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다. 제주관광협회는 지난달 26일부터 4일까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3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ㆍ제주=뉴시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귀성객이 크게 줄어든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이 한산하다. 뉴시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귀성객이 크게 줄어든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이 한산하다. 뉴시스


추석인 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서울시립용미리 추모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성묘를 하고 있다. 파주=뉴시스

추석인 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서울시립용미리 추모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성묘를 하고 있다. 파주=뉴시스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층이 제주와 부산행 여행객과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층이 제주와 부산행 여행객과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명절 풍속도마저 바꿔놓았다.

해마다 명절 연휴 전날부터 귀성 인파로 붐비던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이 연휴 내내 한산했고, 공원묘지를 찾는 성묘객의 숫자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한 방역 당국이 고향 방문과 성묘 자제를 거듭 요청하고, 상당수 국민들이 이에 동참하면서다.

그러나 고향 방문과 성묘를 포기하거나 간소하게 마친 이들이 제주와 해운대 등 유명 휴양지와 산, 해변 등으로 몰리면서 당초 추석 연휴 기간 대규모 인파의 이동과 만남을 줄이려던 방역 당국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때마침 쾌청한 가을 날씨와 5일이라는 긴 연휴,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해외 여행마저 불가능해진 탓에 오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이 국내 관광지로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줄어든 귀성객이 '추캉스(추석+바캉스)' 인파로 불어나면서 감염 위험을 높이는 아이러니는 연휴 기간 내내 이어졌다. 국내 대표적인 휴양지 제주의 경우 무려 25만여명의 여행객이 이번 연휴기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휴를 앞둔 지난 주말부터 김포공항을 비롯해 제주 노선을 운항하는 전국 공항이 크게 붐비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공항의 경우 연휴 첫날인 30일과 마지막 날인 4일 하루 이용객이 4만명을 넘어설 만큼 북적이면서 방역 당국을 긴장시켰다.


추석 연휴가 이어진 3일 오전 관광객들이 제주의 대표적인 오름인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을 탐방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7일간 23만2269명, 하루 평균 3만3181명이 입도했다. 제주=뉴스1

추석 연휴가 이어진 3일 오전 관광객들이 제주의 대표적인 오름인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을 탐방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7일간 23만2269명, 하루 평균 3만3181명이 입도했다. 제주=뉴스1


추석연휴 첫 날인 30일 오후 관광객들이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제주=뉴스1

추석연휴 첫 날인 30일 오후 관광객들이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제주=뉴스1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제주의 이름난 해변과 오름, 한라산 등지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는데, 이들이 타고 온 렌터카로 인해 인근 도로 곳곳이 주차장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 여행객들이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앞뒤 간격을 유지하지 않고 줄지어 오름을 오르거나, 밀폐된 식당에선 밀접하게 앉아 취식을 하는 등 위태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추석 연휴 셋째 날인 2일 오후 제주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인근 도로 갓길에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타고 온 렌터카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제주=뉴시스

추석 연휴 셋째 날인 2일 오후 제주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인근 도로 갓길에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타고 온 렌터카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제주=뉴시스


추석 연휴 나흘 째이자 개천절인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이 관광객과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주=뉴스1

추석 연휴 나흘 째이자 개천절인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이 관광객과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주=뉴스1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도 한복 차림의 여행객들이 크게 몰렸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색색의 고운 한복이 빛을 발했고, 거리엔 모처럼 여유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곳 역시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여행객 입장에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감염방지로 인해 임시 폐쇄된 점은 아쉬웠다.

비교적 접근성이 좋고 숙박시설이 밀집한 강원 해변과 부산 해운대에도 추캉스 인파가 줄을 이었다.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과 '커피 성지'로 유명세를 탄 안목 해변에 젊은 연인들이 몰렸는데, 인근 식당과 카페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기도 했다.

추석연휴기간인 1일 부산시 해운대 해수욕장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부산=뉴스1

추석연휴기간인 1일 부산시 해운대 해수욕장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부산=뉴스1


추석 연휴이자 10월 첫 주말인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강변 주차장에서 캠핑과 차박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포항=뉴스1

추석 연휴이자 10월 첫 주말인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 강변 주차장에서 캠핑과 차박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포항=뉴스1

멀리 떠나는 대신 가까운 곳에서 긴 연휴의 여유를 즐기려는 시민들은 서울 도심의 고궁과 공원을 찾았다. 경복궁과 남산한옥마을, 서울숲, 한강시민공원을 비롯해 대형 놀이공원 등에는 연휴 마지막날까지 붐볐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차 안에서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거나 영화를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전국이 추캉스 인파로 북적이는 동안 쓸쓸한 연휴 풍경도 이어졌다. 경기 수원시 화홍문 인근 공원에는 가족 대신 혼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일 오후 공원 산책로 벤치에 줄지어 앉은 노인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기거나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은 명절 연휴이자 세계 노인의 날이었다.

코로나19로 50년 만에 '합동 차례'가 취소되면서 실향민들도 먹먹한 연휴를 보내야 했다. 해마다 합동 차례가 열리던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앞에선 이따금 찾아 온 실향민 가족들만 조용히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등 쓸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노인의 날인 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홍문 인근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원=뉴시스

노인의 날인 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홍문 인근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원=뉴시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휴일 나들이를 나온 인파로 붐비고 있다. 2m 거리두기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궁을 관람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홍인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휴일 나들이를 나온 인파로 붐비고 있다. 2m 거리두기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궁을 관람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홍인기 기자


추석인 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실향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 방지를 위해 매년 명절마다 개최됐던 합동경모대회가 50년만에 취소됐다. 파주=뉴스1

추석인 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실향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 방지를 위해 매년 명절마다 개최됐던 합동경모대회가 50년만에 취소됐다. 파주=뉴스1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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