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도 사로잡은 '테스형'... 추석연휴 뒤흔든 나훈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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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도 사로잡은 '테스형'... 추석연휴 뒤흔든 나훈아 열풍

입력
2020.10.04 19:57
수정
2020.10.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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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공연하는 가수 나훈아. KBS 방송 캡처


과연 가황(歌皇)다웠다. 코로나19로 잔뜩 위축된 추석 연휴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15년 만에 TV에 출연한 가수 나훈아였다.

지난 30일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만의 외출’은 전국 시청률 29%(이하 닐슨 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 중엔 KBS 2TV 주말드라마 정도나 가능한 수치다. 사실상 재방송이었던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3일 방영)도 전국 평균 시청률 18.7%를 나타냈다.

나훈아 음악 인생 최초로 현장 관객 없이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한 이번 콘서트는 사전 신청자 중 1,000명만 선정해 라이브로 관람하게 했고 재방송과 동영상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못박는 등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공연을 결심했다는 그는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나훈아의 콘서트는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공연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사흘간 연 공연은 총 1만석이 넘는데도 8분 만에 티켓이 매진됐고 정가의 2~3배에 이르는 암표가 나돌 만큼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다.

나훈아의 이번 공연이 세대를 초월한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가수로서나 쇼맨으로서 수십년간 쌓아온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최근의 트로트 열풍을 넘어설 만한 재능이라는 것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나훈아는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끝까지 간 아티스트라 볼 수 있다”며 “그러한 음악적 재능이 있기에 국악, 클래식, 헤비메탈 등 어떤 장르와 결합해도 어색함이 없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이번 공연에서 2시간 반 동안 ‘고향역’ ‘무시로’ ‘잡초’ ‘홍시’ ‘울긴 왜 울어’ 등 주요 히트곡과 ‘명자’ ‘테스형’ 등 30곡을 부르는 동안 트로트의 한계를 벗어나 국악, 사물놀이, 클래식, 포크,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을 시도하며 종합예술가적 면모를 드러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70대의 나이에도 완벽에 가까운 완급조절로 2시간 반 동안 강력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휘어잡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다”고 평했다.

독특한 가사의 신곡 ‘테스형’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며 ‘나훈아 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 형’이라고 부르며 ‘세상이 왜 이래’ ‘사랑은 또 왜 이래’라고 푸념하는 곡. 이날 방송 이후 ‘라톤(플라톤)형’ ‘맑스(마르스크)형’ 등의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밈(모방과 복제를 통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서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권력자들을 비판한 발언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공연 중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나라를 지킨 건 평범한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태규 평론가는 “예술가의 경지에 이른 대중음악계의 거장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중이 갖고 있는 애환과 고민을 아우르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력 정당의 영입 제의나 재벌가의 개인 공연 요청을 뿌리칠 만큼 평생 권력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지만, 그의 이 같은 발언에 정치권은 술렁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나훈아씨가 우리 마음을 속시원하게 대변해줬다”면서 나훈아의 ‘대통령’ 발언이 정부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훈아의 발언에 부끄러워해야할 사람들이 고개를 쳐들고 이런 말, 저런 말로 마치 남 얘기하는 걸 보니 이분들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라고 맞받아쳤다.

나훈아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권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지지와 호응을 얻어야 하는데 그들이 한때 ‘딴따라’라고 무시했던 연예인의 발언으로 이득을 보려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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