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ㆍ의회 등 정가 쑥대밭 됐지만?
"접촉자 추적도, 마스크 착용도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걸까.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코로나19가 백악관과 의회 등 워싱턴 정가를 덮쳤는데도 정확한 감염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접촉자 추적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으로 일관한 백악관에 사태 확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의 확실한 진원지는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행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대선 후보 TV토론을 도운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했는데, 그 역시 지명 행사에 참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 외에도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ㆍ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 존 젠킨스 노터데임대 총장,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 취재기자까지 행사 동석자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과 의회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호프 힉스 백악관 선임고문과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 감염으로 트럼프 캠프가 타격을 입었고, 틸리스ㆍ리 의원에 이어 국토안보위원장인 론 존슨 의원까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상원도 마비 직전이다. 4일에도 대통령 TV토론 등을 수행한 닉 루나 백악관 보좌관이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백악관 행사에 불참한 존슨 의원은 아예 감염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2주간 의회 일정을 모두 재조정해 19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경로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초 확진자인 힉스 고문과 대법관 지명식을 ‘슈퍼 확산’ 고리로 추정하는 정도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보건 전문가들은 지명행사 당시 백악관 실내 접견실에서의 소규모 모임이 위험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백악관은 무사태평이다. 방역의 기본인 접촉자 추적마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되기 전 참석한 대규모 행사만해도 뉴저지주(州) 선거자금 모금 집회와 미네소타주 선거유세 등이 있어 여러 지역에서 집단감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및 각 주정부 등과 협력해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상 기관들은 아직 백악관 측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3일까지도 백악관 직원 대다수는 누가 접촉자 추적 작업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WP는 “20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 위협에 대한 정부의 무심하고 혼란스러운 접근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확진 후에도 백악관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선택사항으로 남아있을 만큼 방역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백악관 부실 대응은 시시각각 변한 대통령의 건강상태 발표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의 잇단 성명이 혼란과 비난만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전략가 스콧 제닝스는 “대통령 주치의를 브리핑에 내보내고 모순된 성명을 내는 백악관을 보고 너무 놀랐다”면서 “대통령 건강과 관련해 일관성 없는 보고는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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