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파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이 결국 무산됐다. 인도ㆍ태평양지역 내 공동 전선 마련이 이번 순방의 핵심 목표였던 터라 미 행정부의 중국 포위망 구축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4~6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다”면서 “도쿄에서 예정된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는 인도ㆍ태평양지역 현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스레 7일 몽골, 7,8일 한국 방문은 모두 연기됐고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도 대폭 축소됐다.
국무부는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하면서 순방 일정을 단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중 일정을 다시 잡아 아시아를 찾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방한이 11월 3일 미 대선 전 폼페이오 장관의 ‘고별 순방’ 성격이 강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당분간 해외 순방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 방문 일정을 소화하기로 한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방일까지 취소하기엔 시간이 너무 임박한 측면도 있지만, 방문 목적인 쿼드의 중요성 때문에 회의를 강행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쿼드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식 다자안보협의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순방의 성과는 쿼드 회의에서 어떤 수준의 논의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당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동맹국들과 확실한 중국 포위망을 결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의 반중(反中) 전선 합류를 공공연히 압박해왔다. 방한 기간에도 그는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이슈가 관심사인 한국과 달리 우리 정부에 ‘쿼드 플러스’ 참여를 집요하게 설득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야심차게 기획한 아시아 순방이 사실상 불발에 그치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빈손 귀국’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쿼드 회의도 큰 성과 없이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2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도 “회의에서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성과 도출을 낮게 봤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시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아시아 안보 전문가 오미연 국장은 로이터에 “미국이 최우선 안보 파트너라면 중국은 최우선 무역 파트너”라며 “미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각국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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