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입원 치료 트럼프 "한결 나아졌다"
산소호흡기 사용 등 한때 상태 좋지 않아
바이든 우세 속 역전 가능성도 줄어들어
4년마다 11월 첫째주 화요일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미국. 투표일 직전인 10월엔 선거 판세를 흔드는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깜짝쇼)’ 여부가 항상 관심이었다. 2016년 대선에선 10월 28일 발표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수사 방침이 판을 뒤집었다. 이번 대선도 북미관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 등이 10월 깜짝쇼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변수는 의외였다. 재선을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1차 대선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뒤졌다는 평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감염은 엎친 데 덮친 악재다. 14일 자가격리로 현장 유세를 못하는 것은 물론 향후 건강 회복도 쉽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3명에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도 함께 코로나19에 걸리면서 백악관과 의회도 마비 상태다. 여기에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바이든 후보의 우세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동정표와 지지세력 결집에 따른 막판 역전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주치의 "렘데시비르 2번 투약... 치료 진전"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입원 치료 중인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州) 베데스다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코로나19 회복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몸이 안 좋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며 “향후 며칠이 진정한 시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1일 오후 대통령 측근이자 최근 유세에 동행했던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이 코로나19에 걸리자 트럼프 대통령 부부도 검사를 받았고 2일 새벽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공개됐다. 그는 같은 날 오후 6시쯤 월터 리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때 건강 이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19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은 키 190㎝, 몸무게 243파운드(약 110kg)여서 고도비만으로 분류된다. 마이클 헤드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은 74세에 과체중이라 코로나19 위험군”이라고 밝혔다.
특히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3일 오후 “대통령의 지난 24시간 ‘바이탈 사인(활력징후ㆍ체온 호흡 혈압 맥박 등 생체 지표)’은 매우 걱정스러운 상태였고 향후 48시간이 치료 측면에서 중요한 시기다. 완전한 회복을 위한 길에 명확히 들어선 상태는 아니다”라고 전하면서 혼란은 커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백악관과 가까운 인사를 인용,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호흡에 문제가 있었고 산소 수치가 떨어져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이날 밤 공개한 메모에서 “대통령은 상태가 양호하며 치료 이후 진전도 있다”며 “두 번째 렘데시비르 투약도 이뤄졌고, 열도 없고, 혈중 산소포화도 역시 종일 96~98%를 유지해 산소호흡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4일 오전 브리핑에선 "상태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5일 퇴원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입원 직전인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고열에 시달렸고 2, 3일 연속으로 산소포화도가 94% 이하로 떨어진 사실도 공개했다. 3일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병원 내 영상과 사진에선 수척해진 모습도 관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완전 회복 여부는 확진 후 7~10일 경과에 달렸다고 미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콘리 주치의 역시 “아직 숲을 다 빠져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위험 상태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선거 차질 트럼프... 현장 유세 치고 나간 바이든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을 백악관에서 월터 리드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국가안보는 물론 국정 운영에도 이상이 없다는 게 백악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 후 플로리다 유세를 취소하는 등 대선 전략에는 분명 차질을 빚고 있다.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도 함께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코로나19 이슈가 당분간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전의 전기를 잡으려던 1차 TV 토론 때부터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90분간 진행된 첫 토론은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부터 코로나19, 인종차별 항의시위, 선거 결과 승복 여부 등 6가지 주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바이든 후보는 ‘거짓말쟁이’, ‘광대’, ‘인종차별주의자’ 등의 거친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붙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중간 발언을 그치지 않자 “이봐, 입 좀 닫아주시지?(Will you shut up, man?)”라고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혼란 그 자체” “최악의 대선 토론” 등의 평가가 이어졌지만, 대선 토론 종료 직후 미 CNN은 바이든 후보가 토론을 잘 했다는 응답이 60%, 트럼프 대통령 승리 평가는 28%였다고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두 차례 TV토론과 현장 유세로 만회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으나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버렸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 후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나왔고, 2일부터 미시간 등 경합지 유세를 통해 치고 나가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마스크가 당신과 주변 사람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해준다”며 여유까지 보이는 등 현장과 온라인 유세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선 투표일까지 한 달 남은 시점에서 바이든 후보는 여론조사 상 우위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공개된 NYTㆍ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 펜실베이니아(49% 대 42%), 플로리다(47% 대 42%) 등 핵심 경합주 2곳 모두에서 앞섰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 기준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7.8%포인트로 벌렸다.
그러나 대세론을 확정하기는 이르다. 공화당 지지층이 위기감에 결집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한대로 경미한 독감 수준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할 경우 지지율 상승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한 월터 리드 병원에 2일 밤부터 지지자들이 집결해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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