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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가 키워낸 암 덩어리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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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가 키워낸 암 덩어리 '악플'

입력
2020.10.07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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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가 키워낸 '악플' 암덩어리. 한국일보 자료 사진

인터넷 시대가 키워낸 '악플' 암덩어리. 한국일보 자료 사진


‘댓글’의 역사는 인터넷 탄생과 궤를 같이 한다. 1990년대 중반 온라인 문화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게시물 아래쪽에 짧은 글을 바로 덧붙일 수 있는 시스템이 댓글의 시초다.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사이트에서 현재와 같은 뉴스 댓글 기능이 도입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포털의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댓글의 비중도 갈수록 커졌다. 사실상 댓글이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대중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여론 자체를 대변하는 시대도 앞당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댓글 기능은 초기에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 억눌려왔던 ‘표현의 자유’와 비판적 시각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하지만 갈수록 부작용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연예인과 정치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과 가짜뉴스로 위장한 ‘악플’은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과거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악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순화하는 방패막이가 되곤 했다. ‘안티도 팬이다’는 명분으로 악플도 일종의 자연스러운 관심처럼 합리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 배우로 불리던 고(故) 최진실씨가 이혼 후 자녀에 대한 악성 댓글이나 사채설 루머 등으로 고통 받다 지난 2008년 10월 사망하면서 악플의 폐해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 댓글에서 악플 대 선플의 비율은 4대 1로, 1대 4인 일본이나 1대 9인 네덜란드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악플로 인한 경찰 신고건수도 증가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악플을 신고했을 때 적용되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신고 건수는 2014년 8,880건에서 2019년 1만6,633건으로 87% 급증했다. 5년 만에 약 2배 수준이다. 올해는 6개월 동안 신고된 8,093건 중 5,220건에 연루된 가해자들이 검거됐다.

포털사이트 뉴스에 댓글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양정애 선임연구위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폐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5%가 포털의 연예 뉴스 댓글 폐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연예 외에 정치, 사건ㆍ사고 등 다른 섹션 댓글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사람도 응답자 중 55.5%로 절반을 넘었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는 지난해와 올해 초 사이 연예와 스포츠 기사에서 댓글창 서비스를 아예 닫아버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자주 발견되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의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댓글이 중단되는 동안 이를 고도화하고, 그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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