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오전엔 "대통령 경미한 증상, 업무 수행 중"
오후엔 워싱턴 인근 군병원 입원..."피로감 느껴"
14일간 자가격리, 일정 모두 취소...대선 유세도 차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시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백악관 직원은 물론 미 상원의원까지 확진자가 나오면서 수도 워싱턴이 사실상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때 제기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증상이 경미하다고 밝혔지만 확진 하루도 안 돼 인근 군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는 등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됐다. 트럼프 대통령 확진으로 한 달 남은 미국 대선도 영향을 받게 됐고, 뉴욕증시 등 미 경제계도 한때 패닉에 빠졌다.
백악관 “트럼프 건강 상태는 경미한 증상…업무 중”
백악관은 이날 새벽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졌던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양호한 상태이고, 경미한 증상만 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의 오늘 오전 첫 질문이 '경제는 어떤가, (의회에서 진행되는) 경기부양 관련 대화는 어떠한가'였다”며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린지 그레이험 상원 법사위원장 등에게 전화를 했다”며 “경미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애초 워싱턴 시내 트럼프호텔에서 지지자 모임을 가진 뒤 오후 플로리다주(州) 유세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뒤 일정은 중단됐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노년층 코로나19 지원과 관련한 전화통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오후 들어 이 일정마저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화통화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때 제기됐다.
숀 코리 대통령 주치의는 오전 공식 성명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은 모두 괜찮은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복 기간에도 업무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전부터 건강 이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뉴저지 베드민스터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열린 모금행사 때부터 무기력해 보였다”며 “같은 날 밤 미네소타주에서 유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1일부터 목소리가 갈라지는 등 코로나19 초기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오후 4시 대통령 주치의가 "대통령이 피로감을 느끼지만 상태는 양호하다"고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저녁 워싱턴 외곽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에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는 등 상황 악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의사들의 권고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호한 상태이고, 경미한 증상만 있고, 종일 업무를 봤다"면서도 "의료진 권고에 따라 예방을 충분히 하기 위해 며칠간 대통령 집무실을 월터 리드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터 리드 병원에는 음압시설과 응급 장비 등이 갖춰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 이동 전 백악관에서 찍은 영상에서 "내 생각엔 상태가 괜찮다. 모든 게 잘 될 거라 확신한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고령ㆍ비만 트럼프는 코로나19 위험군”
로이터통신은 대통령이 코로나19 초기 가벼운 증세로 보이지만 잠복기 14일 사이 상태가 어떻게 변화할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74세 고령이고, 비만이라 코로나19 위험군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언제든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외신에 따르면 19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은 키 190㎝, 몸무게 243파운드(약 110kg)으로 비만에 해당한다. 마이클 헤드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은 74세에 과체중이라 코로나19 위험군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앞서 1일 오후 9시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최근 유세 등에 동행했던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졌고 오후 11시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트위터를 남겼다. 이어 2일 오전 1시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공개됐다.
바이든은 음성...대선 판도 주요 변수 될 듯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미국 국가안보, 대선 판도, 증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대통령 건강 악화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부통령, 하원의장 순으로 직무를 대신하게 되는 미국 대통령 승계법까지 거론됐다. 특히 대통령에 이어 부통령까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민주당 소속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날 오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이런 논란은 해소됐다.
트럼프 대통령 확진 후 백악관 공보실 직원, 마이크 리 상원의원의 코로나19 양성 판정 결과가 보도되면서 미 정가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지난 여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됐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가족과 백악관 핵심 측근 코로나19 검사에선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백악관과 외신 등이 밝혔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 나섰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도 관심이었다. 당시 90분간 진행됐던 토론에서 두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격렬한 말싸움을 벌였다. 당시 두 후보의 단상 간 거리는 12피트8인치(3.8m)로, 미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인 6피트(1.8m)의 2배 이상이었다. 또 토론을 전후해 악수도 나누지 않았고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 역시 77세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코로나19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트위터에 이 사실을 알리며 “이번 일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손씻기를 상기시키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확진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앞으로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쾌유 기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온 바이든 후보는 이날 경합 지역인 미시간주를 예정대로 찾아 현장 유세를 이어갔다. 반면 코로나19 자가격리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14일 동안은 현장 유세를 나서지 못하게 됐다. 트럼프 캠프 측은 온라인 가상 유세 등으로 선거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확진은 뉴욕 증시 등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 뉴욕증권거래소 주요 지수는 전날보다 하락한 채 장을 시작했고, 결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48%, 스탠다드엔푸어스500(S&P500)은 0.96%, 나스닥은 2.22% 떨어진 채 장이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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