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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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입력
2020.09.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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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코끼리 생존에 물은 필수적이다. ©Kevin Phillips


코끼리는 아프리카의 핵심종으로 간주되는 동물입니다. 물론 각자의 역할이 존재하긴 하지만, 특정 생태계에서 다른 생명체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큰 동물을 핵심종이라 합니다. 예를 들면 숲 안의 이리, 알라스카 해안의 해달이 잘 알려진 사례입니다.

하루 300㎏ 이상을 먹는 아프리카코끼리는 사바나를 사바나답게 만들어 줍니다. 쉴 새 없이 나뭇가지를 꺾고 키 작은 나무를 뽑아 죽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치타와 얼룩말이 숲 안에서 뛰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주죠. 5㎞나 떨어진 곳에서도 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끼리는 건기에 찾아내야하는 샘 자리를 기억하고 있지요. 코와 발을 이용해 파낸 샘은 다른 동물들에게 오아시스가 됩니다. 한편 종이 다른 둥근귀코끼리는 아프리카 서부 콩고분지 열대우림 안에 서식합니다. 이들은 하부 식생을 끊임없이 먹어 치우고 크고 단단한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솎아 내는 일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다른 작은 동물들의 이동로가 되며, 이 틈새에 새로운 어린 식물이 자랄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먹어 치우지만 않고, 같이 먹은 씨앗을 배설물이라는 매우 품질 좋은 비료와 함께 널리 이동시키기도 합니다. 코끼리 서식지 내 식물이 퍼지고 정착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코끼리라는 종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코끼리는 식물을 죽임으로써 사바나를 유지시킨다. ©caromcdaid


코끼리 성체는 하루 200L 정도의 물을 먹어야 할 만큼 물은 매우 중요한 한정자원에 속합니다. 이때문에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물과 풀을 따라 정기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로에 인간 거주지가 들어오고, 축산과 농업용수 사용량이 많아져 더 먼 거리로 우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폐사율 증가로 연결됩니다. 얼마 전 보츠와나에서는 확인된 것만 330마리가 넘는 아프리카코끼리 집단 폐사가 보도되었죠. 조사 결과 웅덩이에 낀 시아노박테리아 독소에 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듯 합니다. 이것이 올해만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일까요? 상승하는 온도와 가두어진 물에서의 녹조 현상이라는 연관성을 우리도 매년 보아왔지요. 어찌 보면 기후변화의 한 단면이 살짝 나타났을 법한 사건이었습니다. 1960년부터 40년간 1,024마리의 아시아코끼리 기록을 분석한 결과 코끼리 최대 생존 온도가 24도였고 이를 벗어날 경우 폐사율이 상승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어린 개체들의 경우 고온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강우량 변화까지 나타난다면 결과는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인간만큼 성장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대종이기에 어린 개체들의 죽음은 종 생존에 치명적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늘어만 갑니다.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게 현실이 된다면 인류야 절멸하지는 않겠지만, 아마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매우 바뀔 듯합니다. 왜냐면 생태계 균형을 담당하는 주축이 되는 핵심종들도 그 변화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죠. 이제는 코끼리가 사라진 아프리카와 아시아 우림을 상상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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