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실종 전 행적을 수사한 해양경찰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놨지만, 상당 부분 정황 증거에 기초하고 국방부 기존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29일 해양경찰청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제시한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47)의 월북 판단 근거는 ①22일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②북측에서 실종자 이름, 나이, 출신 등 인적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점 ③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④실종 지점인 서해 북단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⑤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헤엄을 치는 등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발견 지점(등산곶)까지 표류할 수 없었던 점이다.
그러나 ①~③은 국방부가 북한 통신신호 감청정보(시긴트ㆍSIGINT) 등 첩보를 분석해 해경에 제공한 정보로, 해경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정황 등을 국방부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그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실제 해경은 이날 "실종자(A씨)가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국방부를 통해 확인했다"면서도 "색깔, 모양 등은 알지 못한다.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경은 "A씨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북측에 월북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④의 경우 A씨가 국가어업지도선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정황 증거이다. 해경 측은 "수산계열 고등학교를 나와 수상상황에 밝고 조류에 대해 많이 안다는 점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점은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여서 과연 월북의 증거가 되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⑤는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에 의뢰한 표류 예측 분석 결과와 A씨의 몸무게와 비슷한 80㎏ 인체 모형(더미)을 실제 실종 지점에 띄워 확인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란 한계가 있다.
해경은 A씨의 정확한 실종 시간과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지 여부, 월북 동기 등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가 어떻게 30㎞가 넘는 거리를 헤엄 쳐 갈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가 3억3,000만원가량의 채무가 있고 가정사가 불우했던 것으로 보이나 이것만으로는 월북 동기를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하는 등 월북 판단에 대한 모호한 설명을 계속했다. 도박빚과 채무가 있더라도 자녀 2명이 있는 가장의 월북 동기를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또 "장거리를 갈 수 있느냐 여부는 A씨의 수영실력과 건강상태, 당시 수온, 부력재 착용 여부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여기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가능하다는 전문가 분석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이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던 지난 22일 오후 6시쯤 김홍희 해경청장이 국가안보실로부터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통보를 받은 후에도 해경이 계속 수색을 진행한 것을 두고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이날 "당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다는 것만 전달 받아 수색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며 "국방부와의 협조나 안보실과의 정보 공유가 어느 때보다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해상은 육상과 달리 여러 변수가 있고 해경이 모든 정보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며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추석에도 수색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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