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실종 전 행적을 수사한 해양경찰이 “실종자(사망 공무원)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놨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29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실종 경위를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단순 실족 사고, 극단적 선택 기도,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한 결과 실종자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의 월북 판단 근거는 지난 21일 실종된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씨가 △22일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당시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북측에서 실종자 인적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점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이다.
해경은 또 A씨가 △실종 지점인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북측 해역까지 표류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실종자 표류 예측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당시 조석과 조류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단순 표류했을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실제 발견된 위치(등산곶 인근 해상)와 약 33.3㎞의 거리 차이가 있는 결과로, 인위적인 노력 없이 등산곶 인근 해상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해양조사원 등은 분석했다.
해경 수사관들은 전날 국방부를 방문해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고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출신 등의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
해경은 다만 A씨의 정확한 실종 시간과 그가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가 30㎞가 넘는 장거리를 헤엄 쳐 가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21일 0시부터 오전 1시 35분까지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499톤) 조타실에서 당직 근무할 당시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타고 있던 부유물은 상반신 정도를 의지할 수 있는 크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 국장은 "실종 시간은 (21일) 오전 1시 35분부터 11시 30분 사이로, 동료 조사와 CCTV 분석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시간은 알기 어렵다"며 "A씨가 장거리를 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당시 수온, 수영 실력,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서 여기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건강하고 부력재를 착용하고 있다면 가능하다는 전문가 분석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A씨가 탑승했던 무궁화10호 현장 조사와 동료 진술 등을 통해 선미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가 A씨의 것이라고 확인했다. 해경은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슬리퍼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어업지도선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2대는 당초 지난 18일부터 고장이 났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A씨가 실종되기 전날인 20일 오전 8시 2분까지 가동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CCTV 저장장치에 있는 동영상 731개의 분석 결과 A씨 실종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CCTV 저장장치 원본은 현재 정밀 감식을 위해 국과수에 제출된 상태다.
해경이 A씨의 금융ㆍ보험계좌 등을 조사한 결과 A씨의 전체 채무는 3억3,000만원가량으로 이중 2억6,800만원 정도가 인터넷 도박으로 진 빚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 국장은 A씨 월북 동기에 대해 "많은 채무가 있고 가정사가 불우했던 것으로 보이나 이 것만으로는 월북 동기를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CCTV 감식, 인터넷 포털 관련 기록과 주변인 추가 조사 등을 계속하고 필요 시 국방부의 추가 협조를 받아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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