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서해 남북 접경수역에서 발생한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우리 국민이 비무장 상태로 사살되고 시신까지 훼손됐는데, 국회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결의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니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협상에서 국민의힘이 긴급현안 질의를 갖자고 다시 요구한 게 결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크게 보면 결의안 문구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대남통지문이 왔으니 달라진 상황을 결의안에 넣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경직된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북한이 사과했어도 비인도적 민간인 살인이라는 사건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북한의 만행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혹시나 북한을 자극할까 봐 문구 하나하나에 연연하며 결의안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긴급현안 질의 요구를 틀어막는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긴급현안 질의는 본회의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중요한 사안을 행정부에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제도다. 상임위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어 필요 없다는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20대 국회 때 최순실 사건이나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는 무엇으로 설명할 건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됐다가 야당의 반대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건 숙려기간이 지나 자동 상정되긴 했지만, 이 와중에 한반도 종전선언과 북한 개별 관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어색하다.
가뜩이나 여권 핵심 인사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빗대거나 ‘전화위복의 계기’라며 반색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여당이 자꾸 이런 식으로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니 국민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남북관계 개선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야당도 이번 사태를 정치 공세의 호기로 삼기보다는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 군 당국과 정부의 무능은 그 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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