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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호주 정부의 대응

입력
2020.09.30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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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마셜-로빈 워런 (9.30)

2005년 노벨의학상 수상자 로빈 워런(왼쪽)과 배리 마셜. 노벨위원회.

2005년 노벨의학상 수상자 로빈 워런(왼쪽)과 배리 마셜. 노벨위원회.


지난 8월 호주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중 가장 유력한 물질을 개발해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영국 옥스퍼드대-제약회사(AstraZeneca) 팀과 '백신 국내생산' 협약을 체결했다. 백신 조기 확보 및 전국민 무료 접종을 위해서였다. 퀸즐랜드대 연구팀의 자체 백신 프로젝트에도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한 달 뒤에는 7억 달러 규모의 기초연구 추가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충격과 무관하지 않은 행보였다.

호주는 의과학 분야의 전통적 강국이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만든 이언 프레이저, 198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블랙번(현 UC 샌프란시스코 교수), 1996년 노벨상 수상자인 면역학자 피터 도허티 등이 대표적 호주 출신 의과학자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발견 공로로 2005년 노벨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Barry Marshall, 1951.9.30~)과 로빈 워런(Robin Warren, 1937.6.11~)도 있다. 모리슨 총리는 팬데믹 사태 와중에 마셜, 워런과 프레이저의 영광 및 중ㆍ장기적 재정기여도도 환기했을 것이다.

1979년 호주 퍼스병원 병리학자 워런이 만성 위염 환자의 위 조직검사를 통해 정체 불명의 박테리아를 발견, 그 균이 위염 위궤양 등 질환의 원인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그의 연구를 조롱했다. 쇠도 녹일 만한 강산성 위액과 단백질 분해효소의 '바다'에서 서식할 수 있는 박테리아는 없다는 게 당시 의학계 상식이었다. 오명만 뒤집어쓴 채 잊혀가던 그를 구원한 게 의사 겸 의과학자 배리 마셜이었다. 그는 1984년 자체 박테리아 배양 실험을 통해 위에서 박테리아(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추출에 성공했고, 특정 항생제로 치유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숱한 동물 실험 실패 끝에 그 균이 인간만 숙주로 삼는다고 믿게 된 그는 윤리적 논란을 감수하며 균을 스스로 투여함으로써 균으로 인한 염증, 궤양 발병과 치유의 메커니즘을 입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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