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백의종군로 복원, 중앙정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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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백의종군로 복원, 중앙정부 나서야

입력
2020.09.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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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문화재청 제공


임진왜란 때 수많은 전투를 연전연승하며 나라와 백성을 지키셨던 이순신 장군이 1597년(정유년)에 누명을 쓰고 한 달여 동안 의금부에 갇히셨다. 장군은 모진 고문을 받고 사형을 당할 처지에 놓이셨으나, 죄가 없을 뿐 아니라 여러 중신들의 구명활동으로 권율 도원수에게 가서 백의종군(白衣從軍)하라는 명을 받으셨다.

그래서 장군은 동년 음력 4월 1일에 의금부 옥을 나와 억울한 마음을 달래며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며 백의종군하러 가셨다. 그러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친상을 당하셨으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셨다. 그러니 그 길은 장군에게는 슬픔의 길이고 인고의 길이며 나라 걱정의 길이다. 그리고 장군은 그러한 인고의 시기를 지난 뒤인 8월 3일에는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되고 9월 15일에는 역사적인 명량해전(鳴梁海戰)을 승리로 이끄셨으니, 그 길은 우리민족에게는 구국의 길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장군의 백의종군로(白衣從軍路) 경로를 3년 전에 어느 한 걷기운동 민간단체가 서울시 종로1가(의금부 터)부터 경남 합천군 율곡면(도원수부 터)까지 총 670㎞로 설정하였다. 동 단체가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백의종군로 경로를 처음으로 설정한 것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 경로는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다. 난중일기와 맞지 않는 등 고증이 잘못된 부분도 있고, 옛 지도상의 길과 다르게 설정되기도 하였으며, 일부는 산비탈 길이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걸어야 하고, 지자체의 관광 목적에 편승하여 설정된 경로도 있다.

물론 420여년이 지난 옛길을 고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민족의 역사적인 테마길을 민간단체가 잘못 설정해 놓고 수정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가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을 통해 난중일기와 옛 지도 등을 철저하게 고증하여 백의종군로 경로를 전면 재설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길 바란다. 즉, 옛길이 없어진 경우에는 복원하거나 대체 경로를 설정하고, 차도로 바뀐 경우에는 차도 옆에 별도의 인도를 만들고, 중간에 이정표도 잘 설치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백의종군로는 유럽의 산티아고(Santiago) 순례길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테마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백의종군로를 따라 걸으면서 인고의 시기를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키셨던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그럼으로써 이순신 장군의 얼과 승전기록이 우리 후손들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




강전 전 금융감독원 국장ㆍ명지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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