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가위 보름달, 이 음악과 취해보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가위 보름달, 이 음악과 취해보자

입력
2020.09.29 04:30
수정
2020.09.29 11:16
21면
0 0

클래식 관계자들이 뽑은 '보름달에 어울리는 음악 5'

달은 오랜시간 음악인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달은 오랜시간 음악인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예전 같지 않은 추석이라지만, 그래도 훤한 보름달은 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달은 음악인에게 언제나 뮤즈(Muse)였다. 달의 우아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클래식 곡을, 클래식계 관계자 5인에게 각각 추천받았다.


지휘자 지중배, 오토 니콜라이의 '달빛의 합창'



차세대 지휘자로 꼽히는 지중배는 오토 니콜라이의 오페라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가운데 '달빛의 합창(Mondchor)'를 꼽았다.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의 달밤"을 만날 수 있다고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토대로 만든 작품으로 주인공 폴스타프가 두 유부녀를 유혹하려다 오히려 호되게 당한 뒤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달빛의 합창'은 극의 절정부에서 등장한 이들의 자정 즈음 숲속을 비추는 달을 보며 부르는 곡이다.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달을 배경으로 "평온함이 다스릴 때, 오직 사랑만이 깨어있다"고 노래한다. 화해와 행복, 사랑을 상징하는 곡으로 명절과 어울린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쇼팽의 '로망스'



'한국의 파가니니'로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로망스'를 추천했다. 쇼팽 스스로가 이 곡을 일러 "아름다운 봄날 저녁 달빛을 맞으며 하는 몽상"이라 했다.

양인모도 쇼팽의 말에 동의한다. "달빛에 취해 '천개의 행복한 기억' 속으로 표류하는 쇼팽이 떠오르는 곡"이지만, 정작 이유는 따로 있다. 이 곡의 특별한 조성 변화다. 쇼팽은 곡 중간 무렵부터 'G#장조'라는, 음악책에도 안 나오는 조로 바꾼다. 양인모는 "8개에 달하는 올림표(#)에 녹아있는 달콤함을 듣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황홀함을 떠오르게 한다"며 "명절 스트레스 받는 이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바리톤 이응광, 슈만의 '달밤'



서정적 저음으로 사랑받는 바리톤 이응광은 슈만의 가곡 '달밤(Mondnacht)'을 골랐다. 이 곡을 들을 때면 이응광은 자신의 어린 시절, 성인이 된 지금,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나이든 노년을 생각한다.

이 곡은 슈만이 독일 시인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의 시 '달밤'에게 곡을 붙인 것이다. 시 첫 구절 '마치 하늘이 땅에게 살며시 입을 맞추는 것처럼 땅은 은은한 꽃빛 속에서 하늘을 꿈꾸네'라는 부분은 달이 살아있어서 자기만 비추는 것 같았던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마지막 소절 '내 영혼은 나래를 활짝 펴고 고요한 대지를 날았네 마치 집으로 가는 것처럼'은 스위스에 머무느라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 없는 자신을 위로한다. 이 위로는 모두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평론가 허명현,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젊은 시각이 돋보이는 평론가 허명현은 달빛의 변화를 보여주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Verklarte Nacht)'을 추천했다. 쇤베르크는 독일 시인 리하르트 데멜의 연작시 '여인과 세계' 가운데 '두 사람'을 보고서 현악6중주인 이 곡을 썼다. 달밤을 걷는 연인, 하지만 여인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잉태했다고 고백하고 남자는 이를 용서한다는 내용이다.

음악의 포인트는 시의 전개에 따라 5개 파트로 세분화되는 현악기 선율. 남녀의 심리 변화에 맞춰 슬픔(단조)에서 환희(장조)로 바뀐다. 허명현 평론가는 "다소 충격적인 줄거리보다 공감각적으로 변하는 달빛의 농도를 느끼면 아름다운 곡"이라고 말했다.


송성완 예당 부장, 글렌 밀러의 '달빛의 세레나데'



예술의전당 송성완 음악사업부장이 꼽는 곡은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의 '달빛의 세레나데'. 트럼본 연주자 출신 지휘자 글렌 밀러는 오케스트라에 재즈의 스윙을 접목, 1940년대 미국 대중음악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정통 클래식이 부담스럽다면 즐길만한 곡이다.

송성완 부장은 "차례 지내고 남은 음식을 안주삼아 가벼운 약주 한잔 걸치며 즐길 수 있는 곡"이라며 "곡 자체가 흥겨워 코로나19 탓에 자의반 타의반 집에 머물게 된 이들에게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