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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 ‘훈남’ 최정만 “사랑의 잡채기로 따뜻한 씨름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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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 ‘훈남’ 최정만 “사랑의 잡채기로 따뜻한 씨름 보여줄게요”

입력
2020.09.2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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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급 간판 최정만(영암군민속씨름단)이 24일 전남 영암의 팀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강급 간판 최정만(영암군민속씨름단)이 24일 전남 영암의 팀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훈남 장사’ 최정만(30ㆍ영암군민속씨름단)이 모래판에 훈훈함을 더한다.

11차례 꽃가마를 탄 금강급(90㎏ 이하)의 간판 최정만은 29일 강원 영월에서 열리는 2020 추석장사씨름대회부터 ‘사랑의 잡채기’ 기금을 조성한다. 그의 주무기 잡채기 기술로 승리한 판당 10만원씩 적립해 전남 영암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쓸 예정이다.

24일 영암군민속씨름단 훈련장에서 만난 최정만은 “예전부터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두 자릿수 장사를 차지하고 씨름 선수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다음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다”며 “시국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이번 추석 대회부터 ‘사랑의 잡채기’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통 스포츠 씨름에서 선수가 자신의 기술로 이길 때마다 기부를 한 건 한라급의 ‘폭격기’ 김기태(40) 영암군민속씨름단 감독 이후 처음이다. 12차례 한라장사에 등극한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인 2012년부터 2016년 은퇴할 때까지 안다리 기술로 승리 시 5만원씩 적립했다.

올해 단오대회 준결승에서 잡채기를 하고 있는 최정만. 대한씨름협회 제공

올해 단오대회 준결승에서 잡채기를 하고 있는 최정만. 대한씨름협회 제공


최정만은 “2013년 현대삼호중공업에 처음 입단했을 때 감독님이 ‘사랑의 안다리’로 선행 활동을 이어간 걸 보고 나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지난 7월) 단오 대회 우승 당시를 돌이켜보니까 80%는 잡채기로 이겼다. 추석 대회에서도 최대한 많이 이겨서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자의 굳은 의지에 박수를 보낸 김 감독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긍정의 힘을 갖고 훌륭하게 성장한 선수라 마음이 참 따뜻하다”며 “(최)정만이의 ‘사랑의 잡채기’가 우리 씨름의 따뜻함을 팬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칭찬했다.

임태혁(31) 이승호(34ㆍ이상 수원시청)와 함께 금강급 트로이카로 불리는 최정만은 올해 단오 대회 우승 전까지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창녕 장사대회 우승 이후 줄곧 무관에 그쳤다. 특히 올해 초 경량급 최강자를 가리는 KBS 씨름 예능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태극장사 결정전 파이널 라운드 4강에서 역전패한 충격이 컸다. 준결승까지 전승 행진을 달렸던 최정만은 임태혁과 4강전에서 첫 판을 먼저 따냈으나 다음 두 판을 내리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사랑의 잡채기', '사랑의 안다리' 기금을 조성한 최정만과 김기태 감독. 대한씨름협회 제공

'사랑의 잡채기', '사랑의 안다리' 기금을 조성한 최정만과 김기태 감독. 대한씨름협회 제공


최정만은 “성적을 내야 하는데 연속된 패배로 좌절했다”며 “올해 설날 대회는 예선 탈락했고, 씨름의 희열도 4강에서 패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 연습장 모래판에 올라가는 것도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최정만은 본인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을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했다. 그는 “어쨌든 가장이니까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린 상황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었다”며 “최고의 최정만이 아닌 다시 시작하는 최정만으로 마음을 고치고 전 체급 통틀어 운동량이 가장 많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땀을 흘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최정만은 단오 대회에서 약 9개월 만에 최강자 자리를 되찾았다.

이제 다음 목표는 데뷔 후 한번도 장사 인연이 없었던 추석 대회 정상이다. 그는 “항상 설날, 단오 대회를 잘해놓고 추석 대회 장사를 못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추석’이라는 대회 명칭을 빼고 ‘그냥 메이저 대회’, ‘올해 첫 대회’라는 생각으로 긴장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영암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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