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선물가액 상한 일시 완화
올 추석 농수산식품 선물 매출액 48%↑
"고가 제품이 증가세 주도"
올해 추석 선물로 한우 등 고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청탁금지법상 선물 가액 상향이 재난지원금보다 효과가 쏠쏠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상처 입은 농민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와중에도 고소득층의 대체 소비를 이끌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 10만→20만원... 매출 48%
30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추석 명절에 한시적으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ㆍ농축수산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를 상향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7일 의결했다.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이 어려운 점 △농축수산업계 어려움이 가중된 점 등을 들어 이달 1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선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효과는 확실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24일 추석 농축수산식품 선물 매출액은 2,905억원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종료일을 10~29일 앞둔 기간보다 47.6% 급증했다. 이는 농식품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6개사를 대상으로 추석선물 매출 실적을 취합한 결과다. 홍삼 등 가공식품 매출이 64.3%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으며, 과일(47.7%), 축산물(39.0%) 등 신선식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
특히 매출 증가세를 견인한 품목은 상대적으로 가격대 높은 선물세트였다. 축산물의 경우 20만원 초과, 10만~20만원대에서 68.0%, 20.4%씩 매출이 올랐다. 한우가 신세계백화점 명절 선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과일은 태풍으로 가격이 폭등하고도 수요자가 몰려 10만~20만원대에서 39.4% 더 팔렸다.
집중호우ㆍ태풍 피해 과수농가ㆍ축산업계에 도움 ↑
이런 매출 증가는 올해 비 피해 농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9호 태풍으로 과일이 떨어지는 낙과 피해를 입은 지역은 6,112헥타아르(㏊)에 달한다. 특히 사과와 배 피해가 컸다. 7, 8월 지속된 집중호우로 한우가 1,213마리 폐사하는 등 축산업계도 어려움이 있었다. 모두 이번 청탁금지법 완화로 선물세트 판매가 급증한 품목들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청탁금지법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나 (농가를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다"며 "농가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향 못 가 굳은 돈... 선물로 대체 소비"
고가 선물이 가능해지면서 확실한 대체 소비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움직일 수 없는' 명절을 맞아 보통의 명절 특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선물이라도 값비싼 물품이 오갔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고향에 한 번 간다온다고 하면 경비 지출이 만만치 않지 않느냐"며 "(평소라면 경비에 쓰였을 금액을) 선물로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로 고소득층의 소비를 유도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하버드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내) 전체 소비 위축의 절반 가량은 소득 상위 25%에 책임이 있다"면서 "고소득층의 소비 감소가 저소득 서비스 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만큼 고소득층의 소비를 유지하는 것이 경기에 있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올해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도 유사하다. 올해 2분기 가구당 평균 소비지출은 오락ㆍ문화(-21.0%), 교육(-29.4%) 등 대면 서비스에서 급감하고도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소비가 20.1% 늘어난 데 더해 자동차 구입 지출이 144.0%나 증가, 감소폭을 상쇄한 덕이다. 소득 상위 20%(5분위)의 경우, 자동차 구입 지출이 230.0%나 급증하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와 같이 가격을 깎아주는 방식이 소비 창출에 가장 확실하다"면서도 "청탁금지법 상한액 상향도 분명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수 장관은 "이번 청탁금지법 조치가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객관적인 평가를 먼저 해야 한다"면서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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