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8일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 문제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다. 여당은 북한이 이번 사건에 사과한 점을 고려해 결의안 수위를 조절하자고 제안했고, 야당은 ‘맹탕 결의안’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여당의 '대북 저자세 기조' 속에 우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북한의 만행조차 국회 차원에서 규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결의안 내용 등에 대한 세부 조율에 나섰다. 당초 결의안 채택과 긴급현안질의를 동시에 요구하던 국민의힘이 이날 오전 ‘선(先) 결의안 채택→후(後) 긴급현안질의 논의’ 입장으로 물러서며 여야가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여야 원내수석은 2시간 20여분만에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여야는 결의안에 포함될 세부 문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채택한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북한의 총격 등 무력 도발행위 규탄 결의안’이다. 이 결의안에는 “우리 국민에 대한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등의 북한의 반인류적인 만행”, “명백한 무력도발행위임을 확인하고 강력히 규탄”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안한 안(案)에서는 ‘시신을 불태우는’ 등의 표현이 삭제됐다. 제목에서도 ‘공무원’, ‘무력 도발’ 문구가 빠졌다고 한다.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 입장을 밝힌 만큼, 결의안 수위를 ‘톤다운(진정)’한 셈이다.
이에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안은) 북한 책임을 지적하지 못하는 맹탕 결의안”이라며 “국민 상식 선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 결의안을 채택한다면 국회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반면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저희가 계속 요구했던 남북 공동조사나 연락망 구축 정도를 결의안에 넣었는데, 내용을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이 갑자기 다음달 6일에 긴급현안질의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받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협상이 결렬되며 이날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도 무산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 본회의를 개최해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힘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석 연휴 기간 중에 릴레이 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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