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접종자 없다"→27일 "407"명
유통·사후조치 모두 구멍 '숭숭'
전문가들 "초유의 일, 장기 추적 조사해야"
운송 중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중단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국민이 400명을 넘어선 것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혹시 모를 부작용을 고려해 이들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온 노출된 백신을 맞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만큼 부작용이 어떤 식으로,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상온노출이 의심되는 독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이날 기준 407명에 달한다. 질병청은 해당 백신의 사용 중단을 발표한 직후인 22일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105명→224명→324명→407명으로 급증했다.
접종자 중 60명은 정부가 백신 사용 중단을 발표하기 전에 맞았다. 원래 의료기관은 정부 조달 백신과 유료 백신을 구분해 접종해야 하는데 전북 전주의 한 의료기관이 이를 혼용해 사용하다 벌어진 일이다. 현재 해당 의료기관은 정부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그 밖의 다른 접종자들은 의료기관이 정부 공지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경우다. 질병청도 "2만개에 달하는 의료기관에 일일이 정보를 안내하지 못해 몇 개 의료기관에서 접종이 불가피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유통과정은 물론 향후 관리에서도 구멍이 숭숭 뚫린 셈이다.
무엇보다 접종자 중에서 부작용이 나타날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통상 독감 백신 부작용은 48~72시간 내에 접종 부위가 부어오르거나 발갛게 변하고, 전신에 열과 함께 근육통, 관절통 등이 생긴다. 건강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인 만큼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부작용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대개 72시간 내로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 소견이다. 상온 백신 접종자 중 아직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이는 없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제조사 측 안정성 검사에 따라 독감 백신이 25도에서 최소 14일, 최대 6개월까지 품질을 유지한다는 게 질병청의 입장이다.
보건당국은 또 상온에 노출된다 해도 항원단백질 양이 줄어 백신으로서의 효능이 떨어질 뿐 변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회용으로 주사기에 충전돼 밀봉된 상태로 공급되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도 굉장히 낮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식약처가 품질검사를 진행 중이며 최대 14일이 소요돼 내달 6~7일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온 노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 대해 최대 1년 정도의 추적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상온 노출된 독감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지 않다"며 "그만큼 이번 상황이 굉장히 이례적인데,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품질검사 결과 변질변성이 발견된다 해도 당장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수개월 후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 접종자들을 추적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도 추적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지자체별로 접종일로부터 1일주일 간 집중 모니터링 하도록 안내해고, 질병청도 해당 지자체에 접종 현황 및 이상반응 발생 여부 매일 유선으로 확인하겠다"며 "이상 반응이 확인되는 경우 또는 식약처 백신 품질검증 결과에 따라 장기추적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해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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