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9ㆍ19 남북 군사합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세부 항목을 어긴 건 아니지만 합의문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취지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4일 오후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9ㆍ19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그래서 북한의 행위에 대해 정부 성명으로 규탄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9ㆍ19 남북정상회담 당시 맺어진 군사합의서 1조에는 ‘남북은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인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명시했다.
서 처장 명의로 나온 이런 입장은 1시간 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군사합의와 관련한 사항은 아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남북 적대행위나 향후 군사적 신뢰구축에 장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 발언과 온도차가 있는 내용이다. 국방부도 이날 사건 브리핑에서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9 ㆍ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은 ‘관련 조항이 없다’는 데 근거한다. 합의서에서는 완충구역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면서 ‘해상에서는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등산곶 인근 해상이 '완충구역'에는 해당하지만,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에게 사용한 무기가 소화기(소총)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군사합의상 적대행위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합의서에는 (북으로) 넘어간 인원을 사격하지 말라는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서 처장 역시 “군사합의 세부항목을 위반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조항상의 문구만을 적용시켜 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기에는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적대행위'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번 사안도 군사합의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상대국의 영토, 재산, 생명에 대한 공격은 적대행위이므로, 북한군이 민간인을 살해한 이 사건은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피격이 군사합의 위반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책임을 강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군사합의 위반이 아닌 군사합의 정신훼손을 주장한 서 처장도 이날 북한을 향해 사건의 모든 책임을 지고,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는 동시에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재발방지 조치 마련도 촉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책임을 회피할 경우 우리 정부의 대응책은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무대응 상황에 대해 “(그때 가서)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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