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공정경제’ 대 ‘기업규제’

입력
2020.09.24 18:00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정부ㆍ여당이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 관련 법안들을 두고 여야, 정부ㆍ업계 간 이견이 첨예하다. 해당 법안은 상법 일부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해당 법안을 ‘공정경제 3법’으로 명명한 정부ㆍ여당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부터도 원칙적 동의를 받아낸 상태다. 하지만 보수 야권과 재계에선 ‘기업규제 3법’이라며 ‘독소조항’들이라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어디까지가 공정경제를 위한 정의이고, 어디까지가 기업 활동을 옥죄는 ‘독소’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논란이 가장 뜨거운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임’ 조항만 해도 그렇다. 현행 상법은 기업 이사를 선임한 후, 그 중 감사위원을 선임토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애초부터 일반 이사와 분리해 이사 겸임 감사위원 1명을 선출하되, 그 경우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토록 했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오너 등의 전횡을 막자는 취지다.

▦ 사익 편취 등 잘못된 오너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이사회를 강화하려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이념을 반영한 시도다. 주주자본주의는 경영의 중심을 주주가치 극대화에 두는 것으로, 그걸 보장하기 위해 오너나 대주주 외 소액주주의 직간접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장려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소액주주는 대개 투자 차익을 겨냥한 단기 투자자인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세운 경영은 자칫 단기 주가 상승을 목표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 나아가 감사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본래 취지와 달리 투기자본이 낮은 지분으로 제 편의 감사를 선임해 민감한 기업 경영 정보 등을 파악함으로써 적대적 M&A 등을 통해 기업 경영을 송두리째 흔드는 부작용도 빚어질 수 있다. 업계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조항에 크게 우려하는 데는 이런 위험한 가능성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특정 법안에 ‘공정’이나 ‘규제’로 프레임을 달아 싸우기보다는 현실을 감안한 점진적 개선을 모색하는 게 정답일 수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