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30만명 몰릴 듯… 동해안도 만실
관광지 "코로나19 퍼지면 어쩌나" 초긴장
"제주는 관광지이기 전에 사람 사는 곳인데.... 제주 사람들 건강은 무시해도 되나요."
제주도민 김모(72)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추석 연휴 전국에서 수십 만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차단에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에 사는 아들에게 내려오지 말을 전했다"는 김씨는 "어떻게든 확산을 막아 보려고 고향에도 가지 말라는 상황에서 꼭 지금 제주로 여행을 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연휴를 맞아 귀성길 대신 국내 관광지로 휴가를 떠나려는 '추캉스(추석+바캉스)'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방역당국과 주민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갑작스레 인파가 몰리는 전국 관광지가 자칫 코로나19 감염 통로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제주도는 연휴를 전후해 30만명이 지역 내 호텔과 골프장, 주요 관광지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이미 특급호텔과 골프장 예약률이 70%를 넘어섰다. 콘도와 펜션, 렌터카 업체에도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 8명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귀성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강원 동해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성 A리조트의 경우 추석 연휴 닷새간 760개 객실이 모두 동났다. 속초와 양양 등 인근지역 리조트 대부분 예약률이 90%에 이른다. 충남 서해안의 리조트와 관광지에도 추캉스족의 발길이 이어질 전망이다. 태안군의 한 펜션업주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이 국내 관광지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비대면 휴가지로 떠오른 전국 자연휴양림과 캠핑장 예약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추석 명절은 가급적 집에서 보내 달라"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당부가 무색할 지경이다.
관광지에선 조심스럽게 '반짝 특수'를 기대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박건식(57) 강릉 경포번영회장은 "장사가 생계인 만큼 관광객이 몰리는 게 안 오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지역 이미지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심정을 전했다.
제주의 한 실내 관광지 관계자는 "확진자가 다녀가면 며칠간 문을 닫아야 하는 등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관광객들에게 안내는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주민들은 축제는 물론 마을행사까지 취소한 마당에 한꺼번에 몰려든 관광객이 부담스럽다. 급기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제주도 하루 입도객을 제한해 달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방역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지난 5월초 황금연휴의 악몽이 되풀이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제주도는 11일까지 체류객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특별행정조치를 발동했다. 입도 시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올때까지 이동하지 않고 대기해야 한다.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확진자 발생 시 검사와 역학조사, 치료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라디오방송에서 "엄포로 끝나지 않고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강원도 역시 28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방역대책을 추진한다. 강릉 경포번영회를 비롯한 관광지 상인들도 발열 등 의심증상을 숨긴 경우 관계당국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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