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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교실] “문제는 쌍방향이 아냐… 공교육 불신이 원격수업으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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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교실] “문제는 쌍방향이 아냐… 공교육 불신이 원격수업으로 폭발”

입력
2020.09.25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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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섭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기초학습부진 등 정책실책이 원인"
"온라인특화교사 발굴 필요해"

홍섭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위원 제공

홍섭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위원 제공


“공교육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온라인수업이 도화선이 돼 폭발한 거죠. 교사가 쌍방향수업을 못해서 나오는 분노가 아니라 교사 불신에서 비롯된 겁니다.”

홍섭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국내 원격수업 실태를 이렇게 요약했다. 2015년에 12년의 교직생활을 끝낸 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지낸 뒤 연구자가 된 홍 위원은 국내 교직사회를 비판적으로 살펴 온 연구자로 꼽힌다. 21일 전화로 만난 그는 “통상 교육당국이 공교육 정책에 관해 조사할 때 학부모 만족도가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나온다. 애초에 관심과 만족도가 높은 응답자가 설문에 답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경기도교육연구원 조사에서 원격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32%에 불과한 것은 불만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경고”라고 풀이했다.

국내 학부모들이 갖는 공교육 불신은 기존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8~9월 만 19~74세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부모 응답자(833명)에게 학교 교사의 능력과 자질을 신뢰하냐고 묻자 50.9%가 ‘보통’, 29.4%가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5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2.79점으로, 이전 해(2.85점)에 비해 더 떨어졌다. 심지어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학부모의 56.1%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학부모 응답자의 부정적(못하고 있다+전혀 못하고 있다) 평가가 34.2%로, 11.5%인 긍정적(매우 잘하고 있다+잘하고 있다) 평가를 압도했다.

홍 위원은 학교급별로 원격수업에 관한 기대와 불만의 양상이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경우 돌봄과 기초학습부진 문제가 자주 지적되는데 이는 학교나 교사의 노력과 자질의 한계라기보다 ‘정책 실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홍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프랑스 등 유럽의 상당수 국가가 등교개학을 시작할 때, 초등 저학년을 먼저 한 건 아동학대와 돌봄 문제 때문”이라며 “우리 교육당국은 전 세계 유일하게 고3 학생을 먼저 등교시키는 ‘입시공화국’임을 천명했다. 방역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고3 역시 등교를 중지시켜야 했지만 어떻게 상황을 조정해 등교를 시켰다”고 지적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 성적과 가정환경에 따라 원격수업 만족도가 달라진다.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상위권 학생 또는 사교육이 가능한 가정은 원격수업 기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데 반해 '교실 분위기에 휩쓸리는' 중하위권 학생이나 사교육이 힘든 가정은 원격수업 기간 학습결손이 발생해 상위권과 학습 격차가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홍 위원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일부는 대면수업보다 원격수업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오는데 상위권 학생·학부모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제인 중학교 1학년 때 선행학습을 엄청나게 시키는데, 이런 현상이 원격수업을 계기로 전 학년에 걸쳐 일어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홍 위원은 “교육과정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원격수업이 장기화될 때를 대비해 재난 시 꼭 필요한 교육과정 외에 나머지 부분의 성취도 달성을 교사 역량으로 조정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다시 짜야한다는 말이다. 학사 운영을 유연하게 바꿔 수업일수가 모자라면 대학처럼 계절학기를 운영하도록 하고, 온·오프라인에 특화된 교사를 발굴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홍 위원은 “단기 처방은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 소통하게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학부모단체, 교사 단체 의견을 중재한 적 있다. 만나 대화하다보면 교사와 학부모 모두 학교에 바라는 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서로의 상황을 알려 오해를 풀고 함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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