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선급금 받고 보상상승 위임 계약
LH "감언이설로 계약 유도 선의 피해 우려"
경기 하남 교산 3기 신도시 예정지에 사는 A(70)씨는 얼마 전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제안 하나를 받았다. 보상을 더 많이 받도록 도와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솔깃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수십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믿기 어려웠고, 그 ‘작업비’ 명목으로 거액의 선급금을 요구했다. A씨는 “자칫 선급금만 날릴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후부터 연말까지 진행될 본격적인 토지 보상을 앞두고 3기 신도시 부지에서 ‘높은 보상’을 미끼로 한 영업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법무법인이나 행정사 사무소 측이 보상 대상자에게 “더 많이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 계약서를 쓰는 식이다.
24일 본보가 입수한 ‘법률용역 위임 계약서’에 따르면 B법무법인은 보상가 상승을 자신한다. 표준지 교체, 표준지 및 개별 공시지가 각 상승 사무와 함께 이를 위해 의견서 제출(이의신청), 행정소송 등 토지보상 증액 요인 발굴을 위한 일체의 사무를 맡는다고 명시돼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주민들로선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B법무법인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원대의 선급금을 받고 있다. 계약서에 명시한 금액 이상을 보상받을 경우 인센티브 명목으로 추가금액(3%)을 지불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이런 계약서에 사인한 주민이 100명이 넘을 것이란 소문도 이 지역엔 파다하다. 교산지구뿐만 아니라 같은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지구에서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른 주민은 “사전 지장물 기본조사 대행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감정평가업자의 지장물 조사에 앞서 참고용으로 쓸 보고서를 만들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위법성 논란과 함께 금전적 손해만 볼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불법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LH 관계자는 “보상가는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며 “법원 판결도 아닌 일부의 요청으로 공시지가 상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전 지장물 조사’도 “보상이나 감정평가와 무관하다”고 확인했다.
이에 B법무법인은 합법적인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2019년 표준지나 개별공시지가가 잘못된 소유주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법적 근거에 따라 행정심판, 관련 소송 등을 진행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보상가를 올려주겠다는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영진의 이정석 변호사는 “보상비가 오르지 않으면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고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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