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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 사는 소고기 80%는 상온에서 배송…"핏물 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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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 사는 소고기 80%는 상온에서 배송…"핏물 흥건"

입력
2020.09.28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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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의뢰, 숙대 연구팀이 6개 업체 조사
소고기 83%, 돼지고기 67%가 10도 이상 배달
딱 맞는 아이스박스, 물 아이스팩 2개가 보냉에 최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로 육류 배송실태를 조사한 숙명여대 연구팀이 온도계로 고기 포장 박스 내부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온도가 19도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왼쪽 사진) 연구팀이 포장 박스를 열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돼지고기 1kg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로 육류 배송실태를 조사한 숙명여대 연구팀이 온도계로 고기 포장 박스 내부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온도가 19도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왼쪽 사진) 연구팀이 포장 박스를 열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돼지고기 1kg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육류 대부분이 기준 온도보다 높은 상온 상태에서 배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을 통한 식재료 유통이 폭증한 상황이지만, 10도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육류의 냉장 배송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닭고기는 100% 기준 온도 초과... 19도 넘어 배송된 고기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로 숙명여대 연구팀이 제출한 ‘배달 및 택배유통 축산물 안전관리 개선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온라인에서 축산물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달 초까지도 축산물 택배 배송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조차 없었다. 이에 식약처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5월 숙명여대에 연구를 의뢰했고,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팀은 배송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축산물 판매업체 6곳에서 직접 육류를 1kg씩 주문했다. 업체 3곳은 자사 보냉 창고, 보냉 탑차 등 냉장 유통(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곳이고, 다른 업체 3곳은 콜드체인 시스템 없이 일반 택배업체에 위탁해 상품을 배송하는 곳이었다.

6곳의 업체에서 소고기를 구입한 결과 6곳 중 5곳(83%)의 소고기가 상온에서 배송됐다. 식약처가 식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제조, 보존 등의 규정을 정리해 놓은 기준서인 '식품공전'에 따르면 식육ㆍ포장육ㆍ식육가공품의 냉장제품은 영하 2도~영상 10도에서 보존, 유통돼야 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소고기가 배송된 직후 상자 안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5개 업체가 10도를 넘었다. 한 업체는 상자 안 온도가 19.3도에 달했고, 5곳의 평균 온도는 14.48도로 기준을 5도 가까이 초과했다. 단 한 업체만 포장 상자 안 온도가 9.2도로 저온을 유지했다.

돼지고기도 비슷했다.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영하 2도~영상 10도에서 유통돼야 하지만 6곳 중 4곳(67%)의 돼지고기가 10도 이상에서 배송됐다. 자사 택배를 이용한 한 업체의 상자 안 온도가 6.3도, 일반 택배를 이용한 업체의 상자 안 온도가 2.7도로 저온 유통 기준을 지켰다.

닭고기의 배송 상태는 가장 심각했다. 닭고기 등의 가금육은 영하 2도~영상 5도에서 유통돼야 하는데, 주문한 6개 업체 모두 5도 이상에서 배송됐다. 6개 업체의 닭고기 평균 온도는 14.6도로 기준 온도보다 10도 가까이 높았다.


냉장 유통 시스템 갖춰도 19도 넘기도... "고기 다 녹아서 따뜻"

특히 냉장 유통 시스템을 갖춘 자사 택배를 이용하는 업체 3곳의 육류 배송 온도가 일반 택배를 이용하는 업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 택배는 보냉 창고, 냉장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스박스에 담은 후 냉장 장치가 없는 일반 트럭으로 육류를 옮기는 일반 택배보다 더 신선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A사는 자사의 냉장차로 소고기를 배송했지만 포장 용기 안의 온도가 19.3도였고, B사가 자사 냉장차로 배송한 돼지고기의 포장 용기 안 온도도 19.3도로 기준온도보다 10도나 높았다.

자사 택배를 운영하는 택배사들이 “빠르고 신선한 배송”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냉장 장치가 없는 일반 택배와 거의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6개 업체 중 일반택배를 이용한 C 업체의 상자 안 온도가 2.7도로 가장 낮았다. 연구팀은 "일반 택배인 C업체는 배송 종사자가 따로 냉장고에 (돼지고기)를 보관한 후 배송해 아이스팩을 동봉하지 않았는데도 2.7도였다"고 설명했다.

고기가 상온에서 배달되니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을 수밖에 없다. 연구팀이 29개 업체의 축산물 유통 관련 고객 후기 104건을 분석한 결과 유통 온도에 대한 불만이 39건(37.5%)으로 가장 많았다. 후기에는 “여름철 돼지고기 배송에 냉매 하나 들어있고, 고기가 모두 녹아서 핏물이 흥건함” “택배만 3일 걸렸음. 고기 다 녹아서 따뜻하던데 상한 건 아닌지” 등이 있었다.


딱 맞는 박스에 물 100% 아이스팩 2개... "최적 보냉"

식약처가 지난 18일 공개한 '배달 및 택배 유통 냉장축산물 가이드라인'. 육류를 담은 후 여유 공간이 생기지 않는 크기의 스티로폼 박스에 물 100%로 된 아이스팩 2개를 넣으면 축산물 1kg을 48시간 동안 10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18일 공개한 '배달 및 택배 유통 냉장축산물 가이드라인'. 육류를 담은 후 여유 공간이 생기지 않는 크기의 스티로폼 박스에 물 100%로 된 아이스팩 2개를 넣으면 축산물 1kg을 48시간 동안 10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배송실태 조사결과와 조사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의 축산물 택배유통 안전관리 현황 등을 분석해 식약처에 가이드라인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축산물 판매업체가 15도 이하의 작업장에서 가장 보냉력이 좋은 방법으로 고기를 포장하고, 택배업체는 축산물을 다른 제품과 분리해 적재한 후 우선 배송을 실시하는 등의 방안이 담겼다. 연구팀이 다양한 방법으로 보냉력 비교 실험을 실시한 결과, 너무 크지 않고 고기 크기에 맞는 스티로폼 박스에 100% 물로 된 아이스팩 2개를 넣었을 때 저온 유지가 가장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최적의 보냉 방법을 적용하면 고기를 48시간까지 10도에서 유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배달 및 택배 유통 냉장축산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18일 공개했다. 또 지난 21~25일 온라인 유통업체 물류센터, 축산물 보관업종과 운송업종을 대상으로 온도 관리, 위생 상태 등을 점검했다.

정춘숙 의원은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증가하고 있는데 냉장ㆍ냉동제품의 저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이 변질된 상태로 소비자에게 공급될 우려가 있다”며 “식약처는 택배 배송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해 안전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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