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용산구의 한 복합상영관. 평일인 데다 출근 시간도 전인 이른 아침 영화관이 몰려든 인파로 소란스러웠다. 방탄소년단(BTS)의 네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 개봉 첫 날 첫 상영을 보러 온 팬들 때문이었다.
경기 포천에서 왔다는 이보배(38)씨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이씨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마지막으로 개봉한 게 아쉽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첫 회 상영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원래 지난 10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이 날로 연기되었다.
오전 8시에 상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 등으로 매진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중앙 구역 대부분의 좌석은 방탄소년단을 스크린에서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선 팬들로 채워졌다.
상영 전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달리 관객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개봉 전부터 '뮬란' 같은 대작 영화를 제치고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는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의 여정을 차례로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부터 시카고, 뉴욕,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런던 그리고 서울까지. 백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모습과 무대 위 퍼포먼스를 통해 그동안 멤버들이 흘린 땀과 열정을 보여준다. 무대 밖 멤버들의 일상은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는 멤버들의 진솔한 내면 고백도 담았다. 방탄소년단 멤버로서의 자신, 무대 밖의 평범한 청년으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전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의 고충을 드러내준다. 음악과 공연에 대한 철학도 드러난다. 멤버들은 항상 팬들을 즐겁고 재밌게 해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신들의 무대 철학이라고 강조한다. 영화는 팬들을 위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로 막을 내린다. 앨범 제목이자 투어 제목인 '러브 유어셀프'’처럼, 항상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할 방법을 찾자는 게 멤버들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관객들은 영화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보며 때론 웃음 짓기도 하고 감동에 젖기도 했다. 진이 자고 일어나 부은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슈가가 트로트를 부르는 대목에선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멤버들이 각자 무대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할 때는 숨을 죽인 채 진지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이수빈(25)씨는 “멤버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또래로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팬들은 멤버들의 솔직한 모습과 진심어린 말들이 가슴을 울렸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생 김채원, 이애리양은 “진이 팬들에겐 우울한 모습보다 기뻐하는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고 말한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했다. 팬들은 응원봉 ‘아미밤’과 슬로건 등 각종 굿즈(기획상품)를 챙겨와 극장을 콘서트장처럼 쓰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포스터와 엽서 등 영화 관람객에만 제공되는 기념품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팬들은 상영이 포스터와 엽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며 방탄소년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탬프를 모으면 참여할 수 있는 한정판 선물 패키지 이벤트를 위해 4장을 더 예매했다는 관객도 있었다.
한편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2주 연속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미국 현지 지상파 방송 인기 토크쇼에 이례적으로 닷새 연속 특별 게스트로 초청 받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 월요일인 28일(현지시간)부터 금요일인 내달 2일까지를 'BTS 주간'으로 명명하고, 방탄소년단을 닷새 연속 출연하는 특별 방송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매일 다른 곡을 선보이고 스페셜 코너 및 인터뷰 등으로 시청자와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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