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 후임 대법관 인준투표 공방 가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연방대법관 인준투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 모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로 생긴 빈 자리 확보가 11월 대선 결과를 좌우할 최전선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연방대법관 인준을 서두르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자신이 패할 경우 불복을 선언하면 결국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릴 텐데, 이를 위해 대법원을 보수 절대우위 구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 관련 소송이) 결국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연방대법관이 9명인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공격해왔던 우편투표 문제를 두고선 "민주당이 저지르고 있는 사기"라며 "그 사기는 대법원에 갈 것"이라고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우편투표를 문제삼아 불복 입장을 밝힌 뒤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을 내려 뒤집겠다는 포석이다.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후 남은 대법관 8명은 보수 5명 대 진보 3명 구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보수성향 법관을 지명하면 보수 6명 대 진보 3명이 된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때 대법원에서 최종 승자가 확정됐던 선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날 오후 브리핑에선 '대선 이후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는 "투표용지는 재앙"이라며 "(투표용지를 치우지 않으면) 솔직히 이양은 없을 것이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우편투표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을 조금 더 구제화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여성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그는 델라웨어주(州)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한다면) 건강보험 문제부터 시작해 모든 사안과 관련된 여성들의 권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지켜왔던 '로 대 웨이드' 낙태 권한 판결, 오바마 정부 때 만든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등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바이든 후보가 여성 표심을 파고든 건 여론의 흐름도 감안했음직하다. 그간의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은 유권자층이 바로 여성이었다.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 지명을 서둘러선 안된다는 '간접적인' 주장에 바이든 식 여성 유권자 공략법이 녹아 있는 셈이다. 바이든 후보는 중도층 표심도 의식해 후임 대법관 인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 시 권력이양 거부 가능성 언급을 두고 바이든 후보는 "그는 가장 비이성적인 얘기를 하는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엇갈린다. 워싱턴포스트(WP)ㆍABC방송의 플로리다ㆍ애리조나 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51%, 49%를 얻어 47%, 48%에 그친 바이든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그러나 로이터통신ㆍ입소스 조사에선 플로리다는 동률이었고, 애리조나는 바이든 후보가 1%포인트 우위였다. 대선 판세를 결정지을 경합주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긴즈버그 대법관을 조문하고 플로리다 유세도 펼친다. 바이든 후보는 23일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흑인 표심을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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