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신자의 미사, 베트남 신자의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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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신자의 미사, 베트남 신자의 미사

입력
2020.09.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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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성당. ©게티이미지뱅크


저 같은 경우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외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현재 제가 사목하고 있는 성당에는 대만, 필리핀, 베트남 신자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 나라가 서로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은데 특히나 필리핀 신자들과 베트남 신자들은 미사 참석할 때의 옷차림부터 확실하게 차이가 납니다. 필리핀 신자들은 열의 아홉이 티셔츠 차림이고 한 명 정도만 정장 셔츠 차림인 반면, 베트남 신자들은 열의 아홉이 정장 셔츠에 그것도 대부분 긴 팔이고 한 명 정도만 티셔츠 차림입니다. 필리핀 신자들 중에는 반바지도 심심치 않게 있고 여성의 경우 민소매도 종종 있지만 반바지나 민소매를 입은 베트남 신자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비슷한 기후의 나라이지만 필리핀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가 독립 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독립 후 내전을 겪고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등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때문인 듯합니다.


베트남 성당.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옳고 어느 한쪽이 틀린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취향을 기준으로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렇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복장은 그들 나름의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 어떠한 문화든 그것이 생겨나고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만한 배경과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한국 사람인 저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외국문화, 더 넓게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화'라는 것이 우리의 '생활 양식'이나 '가치관' 등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포함한 것인 만큼 우리 내면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고 특히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외국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그랬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가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그러한 두려움과 거부감'에 대한 표현의 정도가 지나쳐 '혐오'로 표출되는 것을 보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만약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모르는 대상, 다른 대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은 이전과는 다르게 외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는 기회도 많아졌고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굳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졌고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 결혼도 늘었습니다. 또한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세대 간의 문화 차이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문화' 혹은 '다른 문화'를 접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진 것입니다. '다른 문화' 혹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며 가치관의 문제이고 때로는 '나 혹은 우리'의 상황에 맞지 않을 수도 있기에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존중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가 속한 문화 또한 존중받을 수 없을 수 없을 테니까요.



양상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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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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