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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식당에 '욱일기'? 삼고초려해 간판 바꾼 한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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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식당에 '욱일기'? 삼고초려해 간판 바꾼 한국 공무원

입력
2020.09.23 12:10
수정
2020.09.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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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
"베트남엔 금지법 없어" 번번이 퇴짜
"일본 제국주의 상징" 설득, 자비 들여 교체

이달 초 베트남의 한 일식당 간판에 있던 욱일기 문양이 철거되기 전(왼쪽)과 교체된 뒤 달라진 모습. 서울 용산구 제공

이달 초 베트남의 한 일식당 간판에 있던 욱일기 문양이 철거되기 전(왼쪽)과 교체된 뒤 달라진 모습. 서울 용산구 제공


베트남 중부 빈딘성 꾸이년시의 한 일식집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을 내걸었다 한국 공무원이 식당 주인을 설득해 간판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꾸이년는 1965년 베트남전쟁 당시 용산에서 창설된 맹호부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이 같은 '인연'을 통해 용산구와 지난 1996년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 중이다.

23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베트남 소재 일식당에서 욱일기 문양 간판을 내린 공무원은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이다.

과정은 이랬다. 베트남을 방문한 윤 소장은 지난 1일 새로 문을 연 현지 일식집을 들렀고, 출입구 상단에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이 설치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윤 소장은 바로 식당 매니저를 찾아 "간판 디자인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와 닮았으니 디자인을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이방인인 한국 공무원의 요구는 쉬 통하지 않았다. 윤 소장은 식당 사장과 매니저, 간판을 만든 인테리어 사업자 등을 만나 설득했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베트남엔 (욱일승천기 문양을) 금하는 법이 없다"고 퇴짜를 맞았고, "오히려 남의 사업에 간섭하는 게 더 문제"라는 비판까지 들었다. 식당 주인은 윤 소장에 손해배상까지 요구했다. 윤 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식당 간판 사진을 올려 문제를 제기해 구설에 올랐다는 게 이유였다.

궁지에 몰렸지만, 윤 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당근책'을 썼다. SNS에 게시글을 지우고 간판 교체 비용도 직접 낼 테니 간판을 바꿔달라고 주인을 설득했다.

한국 공무원의 간절한 바람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식당 주인은 결국 마음을 돌려 간판 교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4일 현지 일식당엔 욱일승천기의 상징인 욱광(旭光)이 사라지고, 45도 각도 사선만 들어간 간판이 새로 걸렸다. 윤 소장이 삼고초려 끝에 거둔 결과다.

용산구 관계자는 "간판 교체 후 식당 주인과 인테리어 업자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윤 소장에게 인사했다"며 "처음엔 언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해결이 됐다"고 말했다.

윤 소장이 이끄는 용산국제교류사무소는 2016년 문을 열어 현지에서 한국어 강좌(꾸이년 세종학당), 사랑의 집짓기, 유치원 건립, 백내장 치료지원 등을 하고 있다.


베트남 꾸이년시가 새로 개발중인 안푸팅 국제무역지구의 주거단지 대로(용산거리) 초입에 세운 용산구-꾸이년시 우호교류 20주년 기념비. 그 뒤로 폭 22m, 길이 500m의 '용산거리'가 있다. 위인의 이름으로 도로명을 짓는 베트남에서 해외 도시명이 들어간 것은 '용산로'가 처음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베트남 꾸이년시가 새로 개발중인 안푸팅 국제무역지구의 주거단지 대로(용산거리) 초입에 세운 용산구-꾸이년시 우호교류 20주년 기념비. 그 뒤로 폭 22m, 길이 500m의 '용산거리'가 있다. 위인의 이름으로 도로명을 짓는 베트남에서 해외 도시명이 들어간 것은 '용산로'가 처음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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